헤밍웨이를 따라 파리를 걷다
김윤주 지음 / 이숲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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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에 걷던 파리, 마흔에 걷는 파리
― 헤밍웨이를 따라 파리를 걷다
 김윤주 글·사진
 이숲 펴냄, 2017.3.19. 13800원


  나이 마흔이란 재미있는 나날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풋풋하면서 싱그럽다고 하는 스물이라는 나이를 곱으로 살아낸 나날이거든요. 스무 살에 바라본 것을 마흔 살에 바라볼 적에는 어떤 마음이 될 만할까요? 그리고 스물에서 마흔을 지나 예순이 될 무렵, 스무 살에 바라본 것을 예순에 다시 바라본다면? 여기에서 스무 해를 더 살아내어 여든 살 무렵에 스무 살 적에 바라본 것을 새삼스레 바라본다면?

  이렇게 본다면 나이 쉰도 재미있는 나날이지 싶어요. 스물다섯이라는 나이를 곱으로 살아낸 나날이 쉰이니까요. 스물다섯이라는 나이에 바라보거나 겪은 일을 쉰이라는 나이에 바라보거나 겪을 적에는 어떤 마음이 될까요? 우리는 흔히 젊다고 하는 ‘스물, 스물다섯, 서른’이라는 나이를 곱으로 살아내고 나면 어떠한 눈길로 거듭나거나 삶을 짓는 사람으로 달라질 만할까요.


뜻밖에도 내가 만난 파리 사람들은 그 유명한 전설의 서점을 전혀 알지 못했다. 난감해 하는 젊은이 두어 명을 만나고 골목과 골목을 어지간히 헤매고 난 후에야 서점에 도착했다. (23쪽)

스물 몇 젊은 날의 헤밍웨이가 이 골목들을 이렇게 헤매 다녔다는 것 아닌가! 오늘 밤 나처럼. 백 년쯤 전이라지? 아, 가슴이 뛴다. 아마도 영화를 만든 감독 우디 앨런도 그랬을 것이다 (47쪽)


  대학교에서 이중언어와 다문화교육을 비롯해 ‘말’을 다루는 일을 하는 김윤주 님은 프랑스 파리를 새롭게 거닐었다고 합니다. 풋풋한 젊은 날에 거닐던 프랑스 파리를 스무 해가 지난 나이에 새삼스레 거닐었다지요. 그런데 지난날하고 오늘날은 좀 다른 마음이니, 오늘날 새삼스레 거닐 적에는 ‘헤밍웨이를 따라’ 거닐었다고 합니다.

  풋풋한 지난날에는 그냥 좋아서 거닐어 보고 싶던 프랑스 파리라면, 이 풋풋함에서 스무 해를 더 살아낸 오늘날에는 ‘길잡이별이 될 만한 사람을 마음으로 곁에 두면서’ 거닐은 프랑스 파리라고 합니다. 스무 해 사이를 두고 이 길을 거닌 이야기는 어느새 차곡차곡 모여서 《헤밍웨이를 따라 파리를 걷다》(이숲,2017)라는 책으로 태어납니다.


백여 년 전 파리의 이방인 말테가 그랬던 것처럼 국립도서관에 앉아 시를 읽겠다던 야무진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지만, 도서관 앞 작은 공원, 파리8구 주민들 틈에 앉아 먹은 김밥과 대낮의 맥주 한 모금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 (73쪽)


  풋풋한 나이라는 스물 언저리에는 스물 언저리에 할 수 있는 몸짓이나 일이나 놀이가 있습니다. 풋풋함이 무르익은 마흔 언저리에는 마흔 언저리에 할 수 있는 몸짓이나 일이나 놀이가 있을 테지요. 스물 언저리에 바라보기에 덜 철들었거나 덜 무르익었다고 할 수 없어요. 스물 언저리는 스물 언저리에 느끼는 눈길이요 살림이며, 마흔이나 예순 언저리는 이러한 나이를 살아내고서 느끼는 눈길이요 살림이에요.

  마실길이란 우리가 여느 때에 두 다리를 디디는 보금자리에서는 미처 느끼거나 보지 못하던 모습을 마주하려는 길이지 싶습니다. 우리 보금자리를 더욱 새롭게 느끼거나 새삼스레 가꾸려고 하는 마음이 되고자 낯선 길을 나서고, 지난날 거닐어 보았던 길을 다시금 거닐어 보려고 하지 싶어요.


돌아오는 길에 착한 버스 기사를 만났다. 차비도 받지 않고 호텔까지 태워다 준 덕에 차가운 밤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주머니에 미처 현금을 챙겨 오지 못한, 추위와 피로에 지친 여행객은 그의 친절이 오래도록 고마웠다. 20년 전 첫 밤은 파리에서 유학 중인 인도 여학생의 도움으로 무사히 보낼 수 있었는데, 20년 지난 오늘 첫 밤은 파리의 버스 기사 덕에 따뜻하다. (191쪽)


  살가운 마음을 건넨 버스 기사는 낯선 곳을 거닐던 사람한테 따스한 기운을 베풀어 줍니다. 살가운 마음을 건넨 인도 유학생은 낯선 거리에서 헤매던 사람한테 따뜻한 손길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이어받거나 건네받은 사람은 이녁 보금자리로 돌아와서 살림을 짓고 삶을 가꿀 적에 이웃한테 새롭게 따사로운 숨결을 드리울 수 있겠지요.

  스무 해 앞서 누린 따스함을 다시금 누릴 수 있던 프랑스 파리를 앞으로 스무 해 뒤에 또다시 거닐어 볼 수 있다면, 그무렵에는 어떤 따스함을 누리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만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풋풋한 나이에 느끼는 따스함, 무르익는 나이에 느끼는 따스함, 한껏 깊어지는 나이에 느끼는 따스함, 여러 가지 따스함을 헤아립니다. 마실길에서도, 우리 보금자리에서도, 이야기꽃이 곱게 피어납니다. 2017.4.1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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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04-14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따라해보고 싶게 만드는 책 담아갑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숲노래님.

숲노래 2017-04-14 10:24   좋아요 0 | URL
우리 스스로
늘 즐거운 나이라는 생각으로
언제나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으면
저마다 아름다울 만하리라 생각해요.
오늘 아침도 하루도 아름답게 누리셔요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