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점’하고 ‘책방’은 다르다



  대여점하고 책방은 다릅니다. 무엇이 다를까요? 대여점은 책을 빌리는 곳이고, 책방은 책을 사고파는 곳이지요. 이 대목에서 다를 수 있습니다만, 여기에서 더 벌어지는 자리가 있어요. 책방이 책방 아닌 대여점 구실을 한다면 이곳에서는 이야기가 흐르지 못합니다. 똑같거나 엇비슷한 책이 그저 돌고 돌 뿐입니다. 이와 달리 책방에서는 아주 흔한 책이든 아주 드문 책이든, 책 한 권을 사이에 놓고서 책방지기하고 책손 사이에서 이야기가 오갑니다. 책방은 이야기가 흐르기에 비로소 책방입니다. 책방은 다시 마을책방하고 큰책방을 가를 수 있어요. 마을책방은 책방지기 한두 사람 힘으로 꾸립니다. 큰책방은 책방살림을 다스리는 우두머리 몇 사람에 ‘직원’이나 ‘알바생’이 있지요. 마을책방을 찾아가는 책손은 언제나 책방지기하고 얼굴을 마주하면서 책을 만집니다. 큰책방을 찾아가는 책손은 누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는 직원이나 알바생하고 얼굴을 마주할 일도 없이 책을 만집니다. 마을책방에는 오래된 단골이 책방지기하고 이야기를 쌓고 삶을 쌓으며 사랑을 쌓습니다. 큰책방을 다니는 오래된 단골은 이 큰책방 직원이나 알바생이 누가 누구인지 알 턱도 없을 뿐 아니라, 서로 아무런 이야기도 삶도 사랑도 쌓지 않습니다. 마을책방 손님은 책방지기하고 ‘책으로 나누는 마음’을 잔잔하게 피우지만, 큰책방 손님은 큰책방에 그저 ‘실적’을 쌓아 줄 뿐입니다. 대여점이 나쁘다거나 큰책방이 아쉽다는 뜻이 아닙니다. 대여점과 큰책방은 저마다 알뜰히 맡은 몫이 있습니다. 다만 저는 대여점하고 큰책방에 없으나 마을책방에 오롯이 있는 이야기하고 삶하고 사랑을 밝히려 할 뿐입니다. 2017.4.1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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