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3.23.


작은아이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기보다는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좋아한다. 작은아이는 ‘고속버스’도 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아이한테는 자가용이나 택시 같은 탈거리보다는 군내버스나 고속버스처럼 커다랗고 널찍한 탈거리가 한결 좋구나 싶다. 앞으로 우리 집에 자동차가 하나 생긴다면 작은아이가 좋아할 만큼 넉넉하게 큰 탈거리가 있어서, 이 탈거리에 누울 자리도 있고, 밥을 짓는 자리도 있고, 책을 펼쳐 읽거나 종이를 펼쳐 그림을 그릴 자리까지 있으면 좋겠네 하고 생각해 본다. 우리 식구는 빨리 다닐 마음이 없다. 즐겁게 다니고 싶다. 읍내를 오가는 군내버스에서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를 읽는다. 글이 퍽 빠르고 부드러우면서 쉽게 읽힌다. 이 같은 인문책이 예전에는 으레 ‘대학 교육쯤 마친 어른 눈높이’로만 나오느라 글이 딱딱하고 어려웠다면, 이제는 어린이나 푸름이 눈높이에 맞추어 새롭게 나오는 터라, 글이 참 보드라우면서 쉽다. 앞으로는 이 글도 훨씬 쉽고 부드럽게 가다듬을 만하리라 본다. 그나저나 동물 권리 이야기를 이제는 어린이랑 푸름이한테도 들려주는 책이 나올 만큼 한국 사회는 많이 나아졌다.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이러한 책도 이쁘게 나와서 읽힐 수 있다. 한 걸음씩 떼면서 나아간다. 한 걸음씩 내딛으면서 새롭게 깨어난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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