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티라노사우루스다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2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 달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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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홀로서도록 가르칠 두 가지

― 나는 티라노사우루스다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달리 펴냄, 2011.8.17. 11000원



  그림책 ‘고 녀석 맛있겠다’ 꾸러미 가운데 둘째 권인 《나는 티라노사우루스다》(달리,2011)에 흐르는 따스한 마음을 읽습니다. 그림책 ‘고 녀석 맛있겠다’ 꾸러미에는 공룡이 나옵니다. 오직 공룡만 나오지요. 이 가운데 티라노사우루스가 주인공이에요. 티라노사우루스는 다른 공룡을 잡아먹는 공룡인데 어릴 적에 풀을 뜯는 공룡 품에서 자랐어요.


  그무렵 다른 ‘풀먹이’ 공룡은 ‘고기먹이’ 공룡 새끼를 함부로 키우면 안 된다고 여겼어요. 그러나 꼭 한 ‘풀먹이’ 공룡만 이 ‘고기먹이’ 공룡을 알뜰히 돌보았고,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고기먹이’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한 마리는 ‘그저 다른 공룡을 마구 잡아먹는’ 공룡이 아닌, 마음에 따스한 숨결이 흐르는 어른 공룡으로 자랐어요.



“날개를 쭉 펴서 힘껏 땅을 차고 바람을 타렴. 높이 날면 사나운 티라노사우루스도 무섭지 않지.” 아빠는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쳐 주고, “누구라도 도움이 필요할 때엔 도와주어야 한단다.” 엄마는 아기가 차가운 비에 젖지 않게 날개를 펴서 막아 주었어요. (8∼9쪽)



  《나는 티라노사우루스다》에는 하늘을 나는 공룡인 프테라노돈이 나옵니다. 어미와 아비 프테라노돈은 새끼를 한 마리 낳아 기릅니다. 어미 사랑하고 아비 사랑을 듬뿍 받은 새끼 프테라노돈은 두 분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두 분이 베푸는 몸짓을 고스란히 배워요.


  아버지는 아이한테 ‘하늘 날기’를 가르치고 ‘이웃 돕기’를 알려줍니다. 어머니는 아이한테 ‘따스하고 너른 품’이 되는 몸짓을 가르치고 알려줍니다. 아이는 이 두 가지 사랑과 믿음을 고이 받아먹으면서 무럭무럭 커요. 이러던 어느 날 세 프테라노돈 사이에 새로운 삶이 열립니다.



어느 날 밤, 아빠와 엄마는 잠든 아이 곁에서 얘기했습니다. “우리 아이도 이제 독립할 때가 된 것 같구려.” “혼자서 괜찮을까요? 아직은 잘 날지도 못하는데…….” “이미 멋진 프테라노돈이 되었으니 괜찮을 거요. 앞으로는 스스로 노력해야지요.” 엄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빠와 함께 넓은 밤하늘로 날아갔어요. 너무나도 조용한 밤이었어요. (10∼11쪽)



  어미 공룡은 ‘다 자란 아이’ 공룡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두 어미 공룡이 깊은 밤에 아주 조용히 아이 공룡 곁을 떠나요. 혼자서 둥지를 지키고, 혼자서 먹이를 찾으며, 혼자서 하늘을 날도록 합니다. 혼자서 생각을 하고, 혼자서 길을 찾으며, 혼자서 살림을 짓도록 하지요.


  혼자 남겨지면 갑자기 외로우면서 힘들 수 있어요. 그러나 이렇게 혼자 남기기도 어버이가 베푸는 깊고 큰 사랑 가운데 하나인 줄 곧 깨달아요. 왜냐하면 스스로 해 보지 않고서는 하나도 알 수 없거든요. 스스로 둥지를 손질해 보아야 하고, 스스로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아 보아야 해요. 스스로 찾아낸 먹이를 스스로 먹어 보아야 하고, 스스로 밤을 맞이하다가, 스스로 바람을 타고 날아 보아야 해요.



프테라노돈은 상처투성이 티라노사우루스가 가여워 보살펴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프테라노돈은 티라노사우루스를 나뭇잎으로 덮어 주었어요.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따스하고 포근하게. (26∼27쪽)



  우리는 그림책 한 권을 어떻게 읽을 만할까요?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한테 ‘공룡 나오는 그림책’으로 이 그림책을 보여줄 만할까요? 이쁘장한 그림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그림책을 장만할 만할까요? 마흔 쪽에 이르는 단출한 이야기에 흐르는 마음을 가만가만 되새기면서 다시 읽고 거듭 읽어 볼 만할까요?


  아이를 무릎에 앉히며 이 그림책에 흐르는 줄거리를 돌아봅니다. 한 대목 한 대목 차근차근 짚으면서 아이하고 이야기를 이어 봅니다. 지식을 배우거나 느끼는 그림책이 아니라, 생각을 살찌우고 마음을 북돋우는 그림책을 헤아려 봅니다.


  큰아이한테 물어봅니다. “아버지가 밥을 안 차려 주면 넌 어떡할래?” 작은아이한테도 물어봅니다. “아버지가 밥을 먹자고 말하지 않으면 넌 배가 고파도 굶을래?” 어린 나이라면 손수 불을 올려 밥을 짓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러나 어린 나이여도 쌀을 씻어서 불려 놓을 수 있어요. 어린 나이여도 어버이 곁에서 솥이나 냄비에 불을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따라할 수 있어요. 아이들은 밥상을 행주로 훔칠 수 있고, 반찬통을 꺼내어 열 수 있어요. 밥상에 수저를 놓을 수 있고, 빈 그릇을 치울 수 있으며, 좀 엉성하더라도 설거지를 해낼 수 있지요.


  그림책 한 권을 두고두고 같이 읽으며 생각을 잇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책에서만 보는 이야기로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 삶자리에서는 어떻게 할 적에 즐거운가 하고 넌지시 짚어 줍니다. 이웃을 마주하거나 동무를 만날 적에, 두 아이가 서로 얼크러지는 자리에서, 푸나무라든지 작은 풀벌레를 지켜보는 자리에서 어떤 몸짓일 적에 아름다울까 하고 스스로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합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뒤쫓아가다 발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별이 총총 수놓인 밤하늘을향해 말했어요. “네가 프테라노돈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네가 좋아하는 물고기를 잡아 왔는데……. 같이 먹고 싶었어. 그리곡 네 얼굴을 보면서 말하고 싶었어. ‘고마워’라고……, 정말 고마워.” 티라노사우루스는 프테라노돈이 날아간 쪽을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38∼39쪽)



  아이가 홀로서도록 가르칠 두 가지를 떠올립니다. 첫째는 무엇보다 사랑이지 싶습니다. 아이가 돈을 잘 벌도록 가르친다거나, 아이가 학교를 오래 다니도록 가르치지 않아도 되리라 느껴요. 돈을 잘 벌되 사랑이 없는 아이라면? 학교는 오래 다녀서 졸업장은 많은데 사랑이 없는 아이라면? 참다운 사랑이 없고 아름다운 사랑이 없다면?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즐거운 사랑이 없다면?


  《나는 티라노사우루스다》에 나오는 프테라노돈은 다친 티라노사우루스가 아픈 몸을 털고 일어난 뒤 곧바로 하늘로 날아갑니다. 다친 몸을 일으킨 티라노사우루스는 얼굴을 마주보며 고맙다는 말을 못해서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짓습니다.


  이 그림책을 마저 읽으며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가르칠 둘째 대목을 곱씹습니다. 둘째는 아무래도 믿음이로구나 싶어요. 누구나 따스한 사랑을 바란다는 믿음이에요. 누구한테나 너른 사랑을 베풀면서 나눌 수 있다는 믿음이에요. 나는 스스로 사랑스럽고 너도 너대로 스스로 사랑스럽다는 믿음이에요. 2017.3.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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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살롱 2017-03-09 09:02   좋아요 0 | URL
읽으며
찡.. 합니다
알면서도 참 힘든 것이
부모의 역할 같아요.

숲노래 2017-03-09 09:40   좋아요 0 | URL
그림책 원작이 워낙 찡하기에
이 찡한 그림책을 읽는 우리도
가슴이 찡할 수밖에 없으리라 느껴요.

우리가 어버이 노릇을 겪어 보기에
비로소 아이를 슬기롭게 사랑하며
나를 스스로 참다이 사랑할 수 있구나
싶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