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값 책읽기



  어제 읍내에 나가서 살피니 달걀 한 판에 7900∼8500원 즈음 합니다. 보름 앞서하고 대니 천 원 즈음 내렸구나 싶어요. 이 값이 비싸다면 비쌀 테지만 싸다면 싸고, 아무렇지 않다면 아무렇지 않습니다. 한 달에 달걀 한 판을 먹는다면 지난해하고 견주어 4000∼5000원을 더 치르는 셈이지만 고작 한 달에 4000∼5000원입니다. 한 달에 달걀 두 판을 먹는다면 한 달에 만 원쯤 더 쓰는 셈이고요. 살림하는 사람한테 이만 한 값이란 아쉬운 돈일 수 있으나 대수롭지 않을 수 있어요. 천 원이나 오백 원이라도 아끼려 한다면 아쉬워요. 아이들하고 밥을 즐겁게 지어서 맛나게 먹는다는 생각이라면 값을 딱히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밥을 지으면서 ‘이게 얼마고 저게 얼마인데’ 하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오늘 하루 이 밥을 다 같이 웃으면서 먹자는 생각입니다.


  책값은 쌀까요, 비쌀까요. 책값이 비싸서 도무지 사 읽을 엄두가 안 난다고 여기면 비쌉니다. 즐겁게 읽어서 기쁘게 생각을 살찌우려는 마음이 되면 ‘싸지도 비싸지도 않으’면서 즐겁거나 기쁩니다. 책값 만 원이나 이만 원이란 그리 큰돈이 아닙니다. 살뜰히 건사해서 두고두고 되읽다가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 책을 장만한다면 시집 한 권에 만 원이라든지 만화책 한 권에 오천 원은 대수롭지 않은 값입니다. 어느 모로 보면 고마운 값이라고 느껴요.


  우리가 책값을 비싸게 느낀다면, 두고두고 되읽다가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 책을 고르지 않은 때이지 싶어요.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들출 일이 없는 책일 적에는 어느 책이든 값이 비싸다고 느낄밖에 없구나 싶습니다. 늘 책상맡에 놓고서 몇 해 동안 즐겁게 읽는 책이라면 십만 원이라는 값이어도 안 비싸요. 아이들한테 물려주어 쉰 해 넘게 즐기는 책이라면 이십만 원이라는 값이어도 안 비쌉니다. 값만 바라보면 값만 보입니다. 책을 바라보면 책이 보여요. 2017.2.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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