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 시골빛 삶노래

― 평화로 어깨동무를



  대통령 곁에서 무시무시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퍽 오랫동안 온갖 곳에서 이녁 밥그릇을 챙기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늘을 찌르는 듯하던 그들 몸짓도 하나씩 속살을 드러냅니다.


  다만 아직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얼마나 오래 빼돌렸는지는 다 알아내기 어려울 수 있어요. 이들 말고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권력자 자리나 둘레에 서면서 나랏돈을 몰래 빼냈는가까지 찾아내기는 힘들 수 있어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권력은 사람들을 짓밟거나 억누르면서 이녁 밥그릇을 챙기라고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사람들을 보살필 줄 아는 따사롭고 아름다운 마음이 되라고 하는 자리가 대통령이나 정치 권력 자리예요.


  이 권력자 자리나 둘레에 서면서 얄궂고 바보스러우면서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른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가 책 한 권이 떠오릅니다. 하승수 님이 쓴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한티재,2015)입니다. 이 책은 온 나라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받으면서 ‘기본살림’을 할 수 있을 때에 나라가 평화로우면서 아름답게 거듭날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떤 일자리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원전을 많이 지어 그곳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이 늘어나면, 그것을 처리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대량살상 무기를 더 만들어도 일자리는 늘어난다. 사회가 더 불평등해져서 범죄율이 늘어나도 일자리는 늘어난다. 교도소도 더 지어야 하고 교도소를 지킬 사람들도 더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79쪽)


  하승수 님은 ‘일자리 만들기’나 ‘일자리 늘리기’는 부질없는 몸짓이 되기 일쑤라고 이야기합니다. 참으로 옳은 말입니다. 핵발전소를 자꾸 지어서 ‘핵발전소 일자리’를 늘리는 일은 이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참다운 일자리를 늘리려 한다면 ‘일자리 갯수’가 아니라 ‘즐겁게 일하면서 즐겁게 돈을 벌어 즐겁게 살림을 짓도록 북돋우는’ 길이 되어야 합니다.


  똑같은 돈을 들이더라도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가 아니라 ‘마을 자가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길에 돈을 들이면 훨씬 더 많은 ‘일자리 늘리기’를 이룰 수 있습니다. 깨끗한 전기를 마을마다 스스로 지어서 쓰도록 하면 먼 앞날을 내다보아도 훨씬 돈을 아끼면서 즐거운 나라가 될 만합니다.


  토목건축을 자꾸 일삼으면서 토목건축 일자리를 늘리는 몸짓도 썩 도움이 되지 않겠지요. 시멘트로 뭔가를 뚝딱거리는 일자리가 아니라, 사람들이 손으로 마을과 나라를 더욱 아름답고 튼튼하며 알차게 가꾸도록 하는 일자리가 되어야지 싶어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 낭비되는 공적인 재원들이 너무 많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불필요한 도로를 닦고, 건물을 짓고, 댐을 건설하고, 온갖 부패로 찌든 공공사업을 추진하는 데 낭비되는 돈이 너무 많다. 이 돈만 줄여도 기본소득을 지급할 상당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토건사업에 쓰는 예산이 1년에 40조 원 정도 된다. (117쪽)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정치’가 아닌 ‘권력’으로 여겨서 ‘사람들이 피땀 흘려 모은 돈(세금)’을 제 밥그릇을 채우는 데에 쓴 사람들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돈을 빼돌립니다. 이뿐 아니라 엉뚱한 곳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도록 이끌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흐름을 살펴본다면 ‘나라(정부)에 돈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나라에 돈이 없다기보다 ‘나라에 있는 돈을 제대로 된 곳에 슬기롭게 못 쓴다’고 해야 옳구나 싶어요.


  하승수 님이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작은 책에서 밝히는 기본소득은 꿈 같은 이야기라고 느끼지 않아요. 틀림없이 이룰 만하리라 느껴요. 하승수 님은 처음에는 ‘시골사람(농부와 귀촌인)’한테 먼저 기본소득을 펼치고, 이윽고 온 나라 누구한테나 기본소득을 펼치자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사회를 헤아려 보면 아직도 크게 줄어드는 농어민 인구예요. 이러다가는 머잖아 시골사람은 거의 다 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은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이들이 보람을 느끼도록 하고, 시골로 돌아가서 흙을 만지려는 이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도록 누구보다 먼저 이들한테 기본소득을 펼쳐야 한다고 밝힙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조건 없이 65세 이상에게 매월 기초연금 2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일종의 노인기본소득이었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도 기본소득은 언제든지 기득권 정치세력의 의제가 될 수 있다. 물론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은 진정성 없이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믿을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결국 공약을 스스로 어겼다. (20쪽)


  기본소득을 더 살펴본다면, 온 나라 사람이 다달이 40만 원쯤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이 돈은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이 돈은 틀림없이 기본살림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느껴요. 두 집 식구라면 80만 원, 세 집 식구라면 120만 원이 되겠지요.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은 기본살림을 ‘한국에서 이 돈으로 살림을 이루려고 쓸’ 테니 저절로 ‘내수시장을 살리는 길’이 됩니다.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이 외국으로 나가서 돈을 쓸 일이란 거의 없을 테니까요.


  더구나 기본소득을 받아서 살림에 보태는 이들은 ‘먼 곳으로 가서 돈을 쓰지’ 않아요. 바로 ‘우리 마을에서 우리 이웃 가게’에 돈을 써요. 저절로 ‘내수(나라살림)’뿐 아니라 마을살림을 북돋우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기본소득으로 쓴 돈은 다시 나라살림(세금)으로 돌아갈 테고요.


  간추려 본다면, 기본소득은 정치권력이 나랏돈을 엉뚱한 데에 퍼붓지 않도록 막는 구실을 한다고 할 만합니다. 나라살림을 복지와 평화와 민주와 평등에 기울이도록 이끄는 몫을 맡는 기본소득이라고 할 만하겠지요. 이 기본소득을 하루빨리 나라정책으로 펼친다면, ‘사람들이 일을 안 하려고’ 할 까닭이 없어요.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터무니없는 저임금과 차별이 판치는 곳’이 바뀔 수 있어요. 기본소득이 없는 터라 적잖은 이들은 터무니없는 저임금과 차별을 말없이 참거든요. 기본소득이 이루어질 때에 비로소 한숨을 놓을 만하고, 이때에 기업이나 사업장이나 공장에서도 ‘노동자 기본권리를 제대로 지켜야’ 하는 줄 깨달으리라 봅니다.


우리는 가사노동, 돌봄노동 같은 말을 쓴다.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도 임금을 받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여전히 많다. 자기 집의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 자기 가족을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은 ‘임금’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일’을 하고 있다. (78쪽)


  기본소득은 ‘집에서 조용히 집안일’을 하던 이들한테 ‘집안일을 하는 보람’을 느끼도록 이끌기도 합니다. 틀림없이 늘 일을 하지만 ‘일하는 사람 대접’을 제대로 못 누리는 ‘집지기’도 당차고 의젓한 일꾼이라는 대목을 잊지 말아야 해요.


  평화로 어깨동무하고, 평등으로 손을 잡기를 빕니다. 사람들 손에서 비롯한 나랏돈이 사람들 손으로 돌아와서 마을을 두루 돌 때에 아름다운 평화와 평등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016.11.3.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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