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살림어린이 그림책 43
로라 퍼디 살라스 글, 비올레타 다비자 그림, 서유정 옮김 / 살림어린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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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가 되고 눈꽃이 되며 목숨이 되는 물

― 물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로라 퍼디 살라스 글

 비올레타 다비자 그림

 서유정 옮김

 살림출판사 펴냄, 2016.7.21. 1만 원



  하늘에 구름이 모이면 파랗던 하늘이 하얗게 바뀝니다. 빗물을 잔뜩 머금은 매지구름은 온 하늘을 잿빛으로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흐린 날 내리는 빗물은 온 땅을 촉촉하게 적시는데, 숲이며 들이며 이 빗물을 먹으면서 한결 싱그럽게 바뀌어요. 사람이 곁에서 아무리 물을 잘 준다고 하더라도 하늘을 흐르는 구름이 베푸는 빗물만큼 나무를 잘 자라게 해 주지 못해요. 남새나 풀도 이와 같아요. 사람이 챙겨 주는 물보다는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 모든 남새나 풀을 훨씬 잘 자라도록 북돋아요.


  물은 구름이 되었다가 비가 되었다가 땅으로 내려오면서 풀포기나 나뭇줄기로 스며듭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물은 비 다음으로 풀이나 나무가 되었다고 할 만해요. 때로는 나뭇잎이나 꽃송이로 바뀌고, 때로는 열매나 씨앗으로 바뀌어요. 물을 머금지 못해서 시들면 바싹 마르는데, 물이 없기 때문에 바스락거리도록 말라요.


  사람이 수박이나 참외나 복숭아나 능금 같은 열매를 먹는다면 ‘열매’를 먹기도 하지만 ‘열매가 된 물’을 먹는다고도 할 만해요. 흙이 베풀고 해가 베풀 뿐 아니라 물이 베푸는 기운이 머금은 열매를 먹는 셈이에요.



물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꼬물꼬물 올챙이 보금자리. 첨벙첨벙 어여쁜 거울자리. (6∼7쪽)


담뿍담뿍 너른 정원엔 물뿌리개. 보일락 말락 골짜기엔 망토 안개. 홀짝홀짝 깊은 산속 고마운 샘물. (8∼10쪽)



  로라 퍼디 살라스 님이 글을 쓰고, 비올레타 다비자 님이 그림을 그린 《물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살림어린이,2016)는 물을 노래하는 그림책입니다. 언제나 제 모습을 마음껏 바꿀 뿐 아니라, 온누리 곳곳에서 새로운 기쁨을 베푸는 물이란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올챙이가 물고기가 사는 보금자리를 이루는 물이라고 해요. 길바닥에 고인 웅덩이는 마치 거울처럼 보인다고 해요. 구름이 베푸는 비는 물뿌리개 같고, 안개가 넓게 드리우며, 이슬이 맺히고 아지랑이가 피어나요.


  겨울에는 눈꽃이 되고, 아이들은 눈사람을 굴려요. 창문에 꽃 같은 성에가 끼고, 들에 서리가 내려요. 골짜기를 적시며 물이 흐르고, 들을 가르며 내가 흘러요.



물은 물이지요. 안개, 서리, 그리고 바다. 성큼성큼 가을이 다가오면 물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몽글몽글 거품 같은 뭉게구름. (16쪽)



  사람뿐 아니라 짐승이나 푸나무 몸을 이루는 물이에요. 뼈도 이루고 살도 이루며 피도 이루는 물이라고 할까요. 물이 있기에 몸을 쓸 수 있고, 물을 마시면서 몸을 튼튼히 다스려요. 물로 밥을 짓고, 물로 빵 반죽을 하지요. 물로 김치를 담그고, 물로 국을 끓이지요. 물로 빨래를 하고, 물로 방바닥을 훔치며, 물로 설거지를 해요.



텀벙텀벙 연어가 고향 오는 길. 훨훨 훌쩍 독수리가 남쪽 가는 길. (20∼21쪽)


휭휭 쌩쌩 심술궂은 눈의 여왕. 사각사각 곱디고운 눈꽃 요정. (22∼23쪽)



  우리가 마시는 물을 헤아려 봅니다. 우리가 쓰고 내놓는 구정물을 헤아려 봅니다. 우리는 얼마나 깨끗하거나 싱그러운 물을 마실까요? 우리는 얼마나 깨끗하거나 싱그러운 구정물을 내놓는 살림일까요? 맑고 시원한 물을 기쁘게 누리는 만큼, 집에서 밖으로 내보내는 구정물이 흙이나 내나 바다로 곱게 돌아갈 수 있도록 건사하는 살림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물을 더럽히는 살림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너무 많은 쓰레기에다가 폐기물을 물에 섞어서 바다로 흘려보내는 짓을 하지는 않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더욱이 바다나 냇물에 쓰레기를 곧바로 버리는 짓까지 하지는 않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림책 《물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는 온갖 물을 보여주고 온갖 물이 저마나 어떻게 사랑스러운가를 보여줍니다. 보금자리가 되고 눈꽃이 되며 목숨이 되는 물을 가만히 보여주면서, 이 물을 즐겁게 사랑하자는 이야기가 흘러요.


  이 그림책에는 안 나오지만 올여름 내내 우리 집 아이들은 마을 어귀 빨래터에서 두어 시간씩 놀았어요. ‘빨래터를 이루어 주는 물’은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늘 똑같이 샘솟아서 흘러요. 뒷산에서 샘솟아 흐르는 빨래터 물줄기는 매우 맑아요. 이 물에는 다슬기가 살고 미꾸라지도 살아요. 다슬기는 개똥벌레한테 먹이가 되지요.


  참으로 깨끗한 물을 마주하면서 참으로 깨끗한 몸과 마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물처럼 맑은 몸이 되고, 물처럼 싱그러운 마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물을 아끼듯이 이웃을 사랑하고, 온누리를 시원하게 적시는 물줄기처럼 서로서로 사이좋게 어우러지는 지구별이 될 수 있기를 빌어요. 2016.8.2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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