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그릴 수 있는 살림



  틈틈이 꿈그림을 그려서 책상맡에 놓거나 부엌이나 마루에 붙입니다. 꿈그림을 그린 지는 이제 서너 해쯤 됩니다. 그동안 꿈그림을 딱히 안 그리며 살았습니다. 꿈그림을 새롭게 그리다가 문득 생각해 보았습니다. 꿈그림이란 내가 스스로 이 삶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담은 그림입니다. 내가 늘 생각하고 내가 언제나 되새기면서 즐겁게 나아가고 싶은 길이 바로 꿈입니다. 꿈그림이야말로 가장 먼저 그려서 책상맡에 붙일 그림일 테지요. 그렇지만 막상 꿈그림을 그려서 붙이자는 생각을 못 하고 살았어요.


  학교에서는 급훈이나 교훈이라는 글씨를 교실마다 붙여요. 이런 급훈이나 교훈으로 적히는 글씨는 ‘나쁜 글’은 없어요. 다만 가슴에 와닿기 어려운 글이기 일쑤예요. “하면 된다” 같은 글씨는 참으로 훌륭한 글씨이기는 하되 ‘뭘’ 하면 되는가를 밝히지 않아요. 또 ‘누가’ 하면 된다거나 ‘언제’ ‘어디에서’ ‘왜’ 하면 되는가도 밝히지 않아요.


  우리가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며 사회에서 늘 길들여지는 굴레는 바로 “하면 된다” 같은 급훈이나 교훈이지 싶습니다. 말은 틀림없이 좋지만 알맹이가 없어요. “하면 된다”는 말처럼 참말 무엇이든 하게 이끌어 내요. 그렇지만 스스로 꿈을 그리면서 한 삶이 아니라 그저 밀어붙이는 얼거리로 “하면 된다”이기에 어떤 일을 해내고 나더라도 보람이 없어요.


  그냥 그림이 아니라 꿈그림을 그립니다. 추상화도 초상도 아닌 꿈그림을 그립니다. 예술도 문화도 아닌 꿈그림을 그립니다. 내가 스스로 나아가려는 길을 마음으로 고이 담으면서 꿈을 그림으로 그립니다. 책 한 권을 읽을 적에 ‘더 많은 책’을 읽어내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 한 권을 발판 삼아서 즐거운 살림을 짓는 슬기를 가다듬겠다는 생각이 될 때에 참으로 즐겁습니다. ‘남들이 다 읽는 책’이나 ‘잘 팔리는 책’이 아닌 ‘사랑으로 읽어서 사랑을 지피는 책’을 두 손에 쥐고서 활짝 웃는 몸짓이 되려 합니다. 2016.8.23.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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