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사람이 있는 책



  아끼는 사람이 있으면 어느 책이든 두고두고 사랑받습니다. 아끼는 사람이 없으면 어느 책이든 어느새 시름시름 앓듯이 사그라듭니다. 팔림새를 놓고 ‘사랑받는 책’인가 아닌가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사랑은 숫자로 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더 비싼 옷을 입히거나 더 값진 밥을 먹이기에 사랑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잘 팔리거나 많이 팔린 책이 되기에 ‘사랑받는 책’이지 않습니다. 어느 책 하나를 읽은 사람이 스스로 새롭게 기운을 내고 일어서면서 삶을 아름답게 짓도록 북돋운다면, 이 책은 모두 ‘사랑받는 책’이요, 어느 모로 본다면 ‘사랑을 가르친 책’입니다.


  아끼는 사람이 있으면 어느 마을이든 오순도순 살기 좋습니다. 아끼는 사람이 있으면 어느 일거리이든 즐겁게 할 만합니다. 아끼는 사람이 있으면 밥 한 그릇이 더욱 맛있고, 아끼는 사람이 있으면 노랫가락이 한결 싱그러우면서 반갑습니다.


  아끼는 손길이 모든 넋을 새롭게 살립니다. 아끼는 눈길이 모든 숨결을 새롭게 북돋웁니다. 아끼는 마음길이 모든 사랑을 새롭게 깨웁니다. 4348.11.2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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