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사야 할 책인가



  서울로 바깥일을 보러 나오기는 했으나, 참말 서울 가는 버스표 끊을 돈밖에 없었다. 고흥에서 시외버스에 오른 뒤 여러 사람한테 ‘도와주셔요’ 하고 말씀을 여쭈었다. 인천에 사는 형하고, 서울에서 커피집을 꾸리는 이웃님이 마실삯을 보태어 준다. 서울에서 뵌 출판사 지기님이 마실삯을 또 보태 주었고, 서울에서 사진가로 일하는 분이 잠자리를 내어주었다. 출판비평 일을 하는 분이 낮밥을 사 주셨고, 사진잔치를 이끄는 분이 저녁밥을 사 주신다. 더없이 고마운 손길을 받으면서 서울에서 책방 한 군데를 들를 수 있었고, 책을 육만칠천 원어치 장만한다. 마음 같아서는 책을 더 고르고 싶었으나, ‘고맙게 받은 돈’으로 책만 살 생각이니, 하고 스스로 되물으면서, 골랐던 책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또 책시렁에 내려놓았다. 새로운 책을 한 권이라도 이 마실길에 장만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고마우면서 기쁜가. 꼭 사야 할 책이었기에 산다. 꼭 사야 할 만한 책인가를 돌아본다. 꼭 사서 읽고 마음을 곱게 북돋우는 길에 이바지할 책을 장만해서 가방에 차곡차곡 담는다. 4348.6.2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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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왕짜 2015-06-20 23:23   좋아요 0 | URL
신중함, 소중함이 느껴지네요.
선택받은 책들은 뿌듯할 듯 하네요~

숲노래 2015-06-21 05:15   좋아요 0 | URL
주머니가 가벼운 탓에
모든 책을 고르지 못하니
한 권씩 더 알뜰히 장만하는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