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삶 54 ‘따스하다’와 ‘포근하다’



  지구별에서 뭇목숨이 저마다 지내기에 알맞구나 싶은 기운일 때에 ‘따뜻하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따뜻하다’는 한 해 내내 쓰는 낱말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쓰는 낱말입니다. 이와 달리 ‘포근하다’는 아무 때나 쓰지 않는 낱말입니다. ‘포근하다’는 겨울에만 쓰는 낱말입니다. 추위가 온누리를 꽁꽁 얼어붙게 하는 때에, 이 추위를 잊을 수 있도록 찾아오는 ‘지내기에 알맞구나 싶은 기운’이 ‘포근하다’입니다.


  어느 한 사람이 언제나 사랑으로 가득한 기운이라 한다면, 이 사람은 ‘따뜻하다’고 할 만합니다. 어느 한 사람이 여느 때에는 그리 사랑스럽다고 느끼지 못할 만한데, 뜻밖이라고 할 만한 자리나 아슬아슬하거나 힘들거나 고되거나 아무튼 우리한테 춥고 어려운 어느 때에 문득 사랑으로 다가오는 기운이 되어 준다면, 이 사람은 ‘포근하다’고 할 만합니다. 또는, 모진 추위와 괴로움 따위로 덜덜 떨거나 어려울 때에 모든 추위와 괴로움이 우리한테 오지 않도록 너른 품으로 안아 줄 때에 ‘포근하다’고 합니다.


  한결같이 흐르는 사랑이기에 ‘따뜻합’니다. 추울 때에 흐르는 사랑이기에 ‘포근합’니다. 따뜻한 사랑에는 구비진 곳이 없습니다. 따뜻한 사랑은 곧게 흐르는 숨결입니다. 포근한 사랑에는 구비진 곳이 있습니다. 포근한 사랑은 ‘오르락내리락 물결치는 우리 삶’에서 힘든 고빗사위마다 찾아오는 고마운 숨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사랑입니다. 그런데, 이 사랑은, 이 ‘알맞고 너그러우면서 차분한 기운’인 사랑은, 좋고 나쁨이 없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이 사랑은, 늘 두 갈래로 느끼거나 마주합니다. 하나는 한결같은 따뜻함입니다. 하나는 힘들거나 지칠 때에 새롭게 기운을 북돋우는 포근함, 곧 ‘물결치는 포근함’입니다.


  한결같은 따뜻함은 한결같이 새롭습니다. 물결치는(추운 날) 포근함은 뜻밖이면서 기쁘도록 새롭습니다. 한결같은 따뜻함은 즐거운 노래입니다. 늘 즐거우니 늘 노래이되, 차분하게 잇는 사랑입니다. 물결치는 포근함은 기쁜 노래입니다. 그동안 춥고 힘들었지만, 이 추위와 힘듦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포근함은 기쁘게 터져나오는 노래가 됩니다.


  삶에는 즐거움과 기쁨이 함께 있습니다. 즐거움과 기쁨은 한몸이면서 다른 몸입니다. 즐거움과 기쁨은 한마음이면서 새로운 마음입니다. 곧게 흐르는 사랑이면서 물결치는 사랑입니다. 하나로 나아가는 사랑이면서 새로운 하나를 낳는 사랑입니다. 너와 내가 이루는 사랑이요, 사내와 가시내가 만나는 사랑입니다. 너와 내가 우리로 거듭나는 사랑이요, 사내와 가시내가 아기를 낳아 새로 태어나는 사랑입니다. 따스한 즐거움과 포근한 기쁨이 아름답게 어우러져서 삶에 꽃이 한 송이 두 송이 핍니다. 웃음잔치와 노래마당이 되는 삶입니다. 꽃 한 송이는 웃음이 되고, 꽃 두 송이는 노래가 됩니다. 4348.3.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