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는 기찻간에서



  산들보라는 기찻간에서 창가 자리를 오래 차지하고 싶다. 그런데, 누나도 창가 자리에 앉고 싶다. 산들보라가 혼자서 창가 자리를 차지하려고 징징거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그림종이를 꺼내어 산들보라를 그려 본다. 산들보라는 아버지가 제 모습을 종이에 천천히 그리는 모습을 보더니 “창가 자리는 누나가 앉아” 하면서 “내가 여기 앉을래” 하고 덧붙인다. 이제 창가 자리 다툼은 끝난다. 두 아이는 어느 자리에 앉아도 무엇이든 하면서 놀 수 있는 줄 깨닫는다. 조치원을 떠난 기차는 대전과 익산과 전주를 지나면서 손님이 아주 많이 줄어든다. 이제 한갓지다. 이러면서 ‘빈 창가 자리’가 더 생긴다. 우리 자리는 표로 석 장이지만, 다른 자리가 널널하니, 큰아이는 아버지 옆으로 와서 창가 자리를 차지한다. 산들보라는 걸상 둘이 붙은 창가 자리를 한결 넉넉하게 누리면서 논다. 가림천을 뒤집어쓰면서 창문에 붙어서 놀다가 까꿍 하면서 튀어나오기를 되풀이하기도 한다. 4348.2.22.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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