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어른



  나이를 더 먹기에 어른이지 않다. 이는 아주 마땅하다. 나이가 많으면 그저 나이가 많을 뿐이다. 내가 너보다 나이가 더 많다고 해서, 내가 너한테 높임말을 받아야 하지 않다. 이와 마찬가지이다. 네가 나보다 나이가 더 많다고 해서, 내가 너한테 높임말을 써야 하지 않다. 고작 나이값 하나를 놓고 누가 누구를 높이거나 섬기거나 모셔야 하지 않다. 사람다운 사람일 때에 서로 사랑스러운 자리에 함께 있다. 아름다운 사람일 때에 서로 어깨동무를 한다. 착하고 참다우면서 기쁜 사람일 때에 서로 믿고 헤아리면서 손을 맞잡는다.


  높임말은 누가 누구한테 쓰는가? 서로 아끼면서 기댈 삶벗한테 쓰는 말이 높임말이다.


  나이를 어느 만큼 먹어서 몸이 자라면 사내와 가시내는 살곶이를 할 만하고, 살곶이를 하고 나면 씨앗과 씨앗이 만나서 아기를 낳을 수 있다. 아기를 낳기에 ‘어른’이지 않다. 아기를 낳는 몸뚱이인 나이만 먹었대서 어른이라고 하지 않는다. ‘철’이 든 사람만 어른이다. 철이 들지 않은 사람은 ‘빈 허물로 어른 모습’을 할 뿐이다.


  나이를 먹은 몸일 뿐, 누구나 아이와 어른이라는 두 모습이 함께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이도 어른을 생채기 입힐 수 있고, 어른도 아이를 생채기 입힐 수 있다. 이를 제대로 바라보아야 한다. 제대로 바라본 다음에는 깨끗이 잊고, 새로운 사랑으로 가면 된다. 섣불리 나를 ‘높이려’ 하지 말자. ‘어른’이라는 말은 내가 나한테 쓰는 말이 아니다. 나는 내가 ‘철’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를 살펴서 말할 뿐이다. 철이 아직 안 들었으면,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철부지이거나 응석받이이다. 철이 들었으면, 나이가 아무리 적어도 ‘사람’이다. 4348.2.15.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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