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으면


  시집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시는 언제나 노래가 되어, 마음을 따사롭게 밝히는 이야기가 되는구나 싶곤 해요. 그러면, 모든 시가 언제나 노래가 될까요? 네, 모든 시는 언제나 노래가 됩니다. 잘난 시가 없고 못난 시가 없습니다. 대단한 시가 없고 대수롭지 않은 시가 없습니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나 풀잎을 흔들어야 노래이지 않습니다. 빗길에 택시가 엄청나게 내달리면서 물을 튀기는 소리는 노래가 아니지 않습니다. 아기가 젖 달라고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도 노래입니다. 빨래를 비비고 헹구는 소리도 노래입니다. 라디오에서 흐르는 광고도 노래이고, 시곗바늘이 똑딱똑딱 움직이는 소리도 노래입니다. 노래로 여겨 받아들일 수 있으면 모두 노래입니다. 노래로 여기지 못해서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예 텅 빈 가슴입니다.

  시를 읽으면서 마음이 따사롭게 거듭나는구나 하고 느끼는 까닭은, 훌륭한 시를 읽기 때문이 아닙니다. 훌륭하구나 싶은 시를 읽으면 새로운 것을 한 가지 깨우치기는 하지만, 훌륭하지 않구나 싶은 시를 읽더라도 새로운 것을 한 가지 깨우칩니다. 어느 시를 읽든 참말 무엇이나 다 깨우쳐요. 왜냐하면, 삶이거든요. 시는 삶을 노래하려는 몸짓이거든요.

  나는 시를 씁니다. 나는 내가 나한테 읽히면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을 시를 씁니다. 우리 삶을 노래할 이야기를 손수 짓고, 우리 삶을 사랑하는 길에 나아갈 꿈을 손수 일굽니다. 4348.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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