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른입니까 38] 과학읽기

― 삶을 이루는 알갱이



  제대로 살피고 배워야, 이러한 바탕과 넋과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가르칠 수 있다고 느낍니다. 곁님과 나는 여느 어버이입니다만, 시골에서 마을도서관을 꾸리면서, 우리 아이들부터 다닐 수 있는 시골마을 작은학교를 열 생각입니다. 여느 교과서는 쓰지 않고, 제대로 된 지식을 제대로 다루는 책을 즐거운 길동무로 삼아서 아이와 함께 배우는 이야기꾸러미로 삼으려 합니다. 우리가 아이들과 배울 과학은 교과서에 있는 시험지식이 아닌, 지구와 우주와 사람과 삶을 이루면서 어우르는 알갱이가 무엇인지 헤아리는 길에서 비롯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리나 생물이나 화학을 배우거나 가르치지 않습니다. 삶을 가르칩니다. 삶을 과학으로 바라보고 수학으로 바라보며 말(한국말)로 바라봅니다. 삶을 바느질로 바라보고 자전거로 바라보며 책으로 바라봅니다. 삶을 밥짓기로 바라보고 집짓기로 바라보며 옷짓기로 바라봅니다.


  수식이나 기호가 과학이 아닙니다. 연산이나 조합이 과학이 아닙니다. 과학은 삶이 태어나는 바탕을 살핍니다. 과학은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살면서 두 발을 디딘 지구별이 온누리에 어떠한 터로 있는지를 살핍니다. 과학은 사람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살피고, 과학은 나무와 풀과 꽃이 어떻게 어우러지는가를 살핍니다.


  풀잎과 풀뿌리가 몸 어느 곳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짚는 과학입니다. 물 한 방울이 몸에 어떻게 스미면서 돌고 돌아 다시 바깥으로 나오는지를 돌아보는 과학입니다. 두 눈으로 무엇을 보고, 두 손으로 무엇을 만지며, 두 발로 어느 곳을 밟으며 돌아다니는가를 헤아리는 과학입니다.


  삶을 이루는 알갱이를 찾을 때에 과학입니다. 삶을 이루는 알갱이가 너와 나 사이에 어떻게 흐르는지를 깨달을 때에 과학입니다. 과학은 지식이 아닌 슬기입니다. 지식이 아닌 슬기로 밝히는 과학입니다. 책을 덮고 눈을 뜰 때에 볼 수 있는 과학입니다. 비행기나 엔진이나 핵무기나 발전소가 과학이 될 수 없습니다. 전쟁무기나 잠수함이나 미사일이 과학이 될 수 없습니다. 나무 한 그루가 과학입니다. 풀 한 포기 과학입니다. 밥 한 그릇이 과학입니다. 실 한 오라기가 과학입니다.


  과학을 제대로 읽을 때에 삶을 제대로 읽습니다. 과학을 똑바로 바라볼 적에 사랑을 똑바로 바라봅니다. 과학을 옳게 배울 때에 꿈을 옳게 배웁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과학을 곱게 익혀서 기쁘게 북돋울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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