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낳는 사진책



  사진책을 하나 읽다가 문득 그림이 떠오른다. 그래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다 그리고 보니,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놓고 그림으로 빚었구나 하고 느낀다. 그렇다. 사진이란 노래이다. 곱게 흐르는 결이 온누리를 따사로이 감돌면서 우리한테 찾아오는 노래가, 곧 사진이다.


  그러면 글과 그림은 무엇일까? 글과 그림도 노래일 테지. 영화나 책은 무엇일까? 영화나 책도 노래일 테지. 우리 삶은 무엇일까? 우리 삶도 노래일 테지.


  학교와 마을도 노래이다. 정치와 경제와 문화와 예술도 노래이다. 무엇이든 다 노래이다. 노래가 아니라면 어느 것이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노래일 때에 모든 것이 되고, 노래일 때에 싱그러운 숨결로 거듭난다.


  사진책을 가만히 되읽으면서 생각한다. 노래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면 우리한테 어떤 책이 될는지 생각한다. 노래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사진이나 글이나 그림이나 책이라 한다면, 이러한 책이 여러모로 이름이 높거나 잘 팔린다고 할 적에 얼마나 뜻이 있을까 생각한다.


  예부터 어느 겨레 어느 나라에서든, 말은 늘 노래였다. 사람들이 주고받는 모든 말은 언제나 노래처럼 흘렀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언제나 노래이듯, 사람이 주고받는 말도 언제나 노래였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은 노래가 아니기 일쑤이다.


  노래가 아니라면 읊지 말아야 한다. 노래가 아니라면 노래가 되도록 가다듬어야 한다. 노래가 아닌 사진이나 책이라면 그예 덮으면 된다. 노래가 흐르는 사진이나 책일 때에 활짝 웃으면서 기쁘게 펼치면 된다. 4347.10.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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