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읽는 책



  손으로 하는 일이니 무엇이든 내 손으로 하나씩 만지면서 차근차근 조곤조곤 주무르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발로 걷는 삶이니 어디이든 내 발로 천천히 디디면서 뚜벅뚜벅 씩씩하게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립니다. 온몸으로 나누는 사랑이니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하고라도 즐겁게 이야기잔치를 이룹니다.


  책은 손으로 쓰고 손으로 읽습니다. 삶은 두 발로 이 땅을 밟으면서 일굽니다. 사랑은 온몸으로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가꿉니다. 손길이 닿아 글 한 줄이 태어나고, 손길을 뻗어 책 한 권을 쓰다듬습니다. 발길이 닿아 마을을 이루고, 발길을 내딛어 숲과 들을 꼬옥 어루만집니다. 눈길이 닿아 따스한 마음이 자라고, 눈길을 보내 서로서로 아름다운 넋으로 거듭납니다.


  책은 늘 우리 손에 있습니다. 삶은 늘 우리 두 다리에 있습니다. 사랑은 늘 우리한테 깃드는 숨결입니다. 4347.10.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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