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40. 웃고 싶나요, 울고 싶나요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사진을 찍습니다. 웃고 싶은 사람은 스스로 웃으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울고 싶은 사람은 참말 스스로 울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웃거나 떠드는 곳에 있기에 웃음이 쏟아지는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꺼이꺼이 울거나 무겁게 가라앉은 곳에 있기에 울음이 쏟아지는 사진을 찍지 않아요.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곳에 있어도 울음이 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찍기는 마음찍기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찍는 사진이니, 나한테서 느낀 울음이든 이웃 누군가한테서 느낀 울음이든, 울음을 읽었으면 울음을 찍습니다.

  경상도 밀양에서 송전탑 때문에 시골 할매와 할배가 오래도록 싸워야 합니다. 이곳에 가면 어떠할까요? 눈물이나 울음만 있을까요? 이곳에 있는 웃음이나 기쁨은 무엇일까요? 싸움 한복판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웃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니, 힘겹게 싸우는 사람들을 버티는 밑힘이란 바로 웃음입니다. 밀양 할매와 할배뿐 아니라 밀양 아지매와 아재는 이녁 삶자리를 사랑하고 아낍니다. 이녁 삶자리를 안 사랑하거나 안 아낀다면 송전탑이야 아무렇게나 들어오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겠지요. 이녁 삶자리를 사랑하거나 아끼기에 송전탑 따위가 함부로 못 들어오도록 가로막으려는 뜻에서 싸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녁 삶자리에서 늘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는 삶이 있다는 뜻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바로 이러한 빛과 넋과 삶과 꿈과 이야기를 찬찬히 헤아려서, 밀양에서 참으로 그윽하면서 아름다운 ‘웃음 사진’을 일굴 수 있습니다.

  무엇을 읽겠습니까? 어떤 마음을 읽겠습니까? 무엇을 읽어서 무엇을 찍겠습니까? 어떤 마음을 읽어서 어떤 사진을 찍겠습니까?

  스스로 살피고 생각해야 합니다. 내 마음을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내 마음과 함께 우리 이웃과 동무가 어떤 마음인지 어깨를 겯고 헤아려야 합니다. 사진은, 내 이웃과 동무를 찍는 아름다운 이음줄입니다. 4347.9.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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