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8.21.

 : 해가 질 무렵에



- 해가 질 무렵에 자전거를 탄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 즈음에는 바람이 상큼하다. 여름에는 이럴 때에 자전거를 타면 무척 시원하다. 다만, 샛자전거와 수레에 탄 아이들은 시원하겠지.


- 느즈막히 자전거를 달려서 어디를 갈까. 면소재지 놀이터에 간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꾸준히 말을 거니 용케 잠들지 않고 놀이터까지 잘 버틴다. 그러고 나서, 놀이터에 닿아 둘이 한참 논다. 잘 뛰고 잘 노래한다. 얼마 앞서까지는 시소를 탈 적에 내가 거들어야 했지만, 오늘은 큰아이만 자리에 앉히면 둘이서 오르락내리락 잘 논다. 큰아이가 더 자라면 앞으로는 시소에 혼자 올라가서 둘이 놀겠지.


- 차츰 어둠이 깔린다고 느껴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작은아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주 곯아떨어진다. 낮잠이 없이 놀다가 놀이터에서 한참 땀을 뺐으니 기운이 모두 다 했으리라.


- 면소재지로 나오는 길에 참새 한 마리가 차에 치여 죽은 모습을 보았다. 참새는 왜 차에 치였을까. 그냥 차에 치였을까. 내가 보기로는 그냥 차에 치이지는 않았다고 느낀다. 이삭이 여물 요즈음 마을마다 농약을 또 친다. 이 가녀린 아이는 농약에 해롱거리다가 그만 차에 치였으리라 느낀다. 아니면, 쥐약을 건드렸거나 독약을 탄 쌀알을 쪼다가 넋을 잃고 차에 치였을는지 모른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전거를 세운다. 큰아이가 “아버지 왜 세워요?” 하고 묻는다. 큰아이를 샛자전거에서 내리니, 큰아이는 스스로 알아차린다. “아버지, 여기 새 죽었어요. 불쌍하다. 새는 흙으로 옮겨 주면 좋은 데 가요?” “앞으로 아름다운 곳으로 가라는 뜻이야.” 조그마한 참새를 환삼덩쿨잎 둘을 뜯어서 감싼다. 조그마한 참새는 풀잎 두 장으로 넉넉히 감쌀 만하다.


-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본다. 바람을 쐬고 들빛을 본다. 푸른 들빛이 차츰 누렇게 바뀌는데, 이 들빛이 얼마나 사랑스럽거나 평화로운지 잘 모르겠다. 새들이 살지 못하고 죽기만 하는데, 새소리가 차츰 사라지는데, 왜가리도 해오라기도 개구리를 찾으러 이 들이 오기가 어려운데, 이러한 들은 얼마나 아름다운 시골이라 할 수 있겠는가.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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