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에 책을 읽어요



  아픈 일 때문에 그림책도 동화책도 동시집도 못 읽을 분들이 많구나 하고 느끼지만, 아픈 마음을 달래는 벗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 그림책과 동화책과 동시집이 아닐까 하고도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과 누리는 어린이책은 언제나 우리 마음을 보듬으면서 어루만진다고 느껴요.


  나는 여러모로 힘들 적에도 한결같이 책을 들여다봅니다. 기쁠 때에만 마음에 와닿는 책일는지, 슬플 때에도 마음에 와닿을 책일는지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이제 우리 집 두 아이가 제법 컸는데, 두 아이가 갓난쟁이였을 적에는 책을 손에 쥘 겨를이라곤 없이 잠조차 거의 이루지 못했습니다. 집일을 하고 아이들 건사하면서 전화 한 통 받거나 걸 틈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그때에 여러모로 크게 느꼈어요. 이렇게 힘든 몸으로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책인가, 이렇게 힘든 몸이니 다 집어치우자는 마음이 드는 책인가, 힘들고 졸린 몸을 일으켜세울 만하지 않다면 굳이 안 읽어도 되는 책이 아닌가, 하고 여러모로 생각했어요.


  어제 동시집 하나를 놓고 느낌글을 쓰면서 이 동시집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힘들거나 졸립거나 바쁘거나 괴로울 때’에는 애써 손을 뻗어 읽을 만하지는 않네 하고 느꼈어요. 마음을 달래 주지 못했다고 할까요. 예쁘장한 낱말로 엮으면서 무언가 이야기가 있을 법한 동시이지만 마음 한켠을 건드리지는 못합니다.


  아이들을 재우며 부르는 이원수 동시나 이문구 동시나 권태응 동시처럼 가슴을 촉촉히 건드리는 사랑을 담지 못하면, 동시가 동시로서 제몫을 못하는 셈이로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시이든 동시이든 어린이문학이든 어른문학이든 모두 같다고 느껴요. 인문책이건 명상책이건 모두 같겠지요. 가슴을 건드리면서 새 기운이 나도록 이끄는 책일는지, 가슴을 건드리지 못하고 지식만 쌓는 책일는지, 심심풀이와 같은 책일는지, 한갓진 사람만 들여다볼 책일는지 곱씹습니다. 아프거나 바쁘거나 힘들거나 슬플 적에 손에 쥐면 책빛을 아주 또렷하게 알 수 있습니다. 4347.4.2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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