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물결 나들이

고흥 길타래 14―꽃내음 들길



  날마다 유채물결 나들이를 한다. 대문을 열고 마을을 한 바퀴 빙 돌아도 유채물결 나들이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삼십 분쯤 들길을 걸어도 유채물결 나들이가 되고,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면소재지를 오가는 길에도 유채물결 나들이가 된다.


  동백마을부터 봉서마을 사이 들판이 유채꽃으로 흐드러진다. 동백마을부터 다시 면소재지 동오치마을까지 들판이 유채꽃으로 물결친다. 동호덕마을 둘레에는 마늘을 심거나 논삶이를 하는 데가 있지만, 신기마을과 원산마을은 들판을 모두 유채꽃으로 물들인다. 삼월 끝무렵과 사월 첫무렵만 하더라도 유채물결이 될까 갸웃갸웃했지만, 사월 한복판을 넘어서면서 환하게 고운 유채잔치가 이루어진다.


  아이들은 유채꽃 들길을 천천히 걷고 싶어 한다. 이 들길은 자전거로 달리기보다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천천히 걷고 싶다고 말한다. 어른들도 이 들길은 자가용으로 달리기보다 천천히 거닐면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꽃내음 물씬 흐르는 들길을 거닐면서 꽃바람을 마신다. 꽃빛을 품으면서 마음을 살찌운다. 이 킬로미터 더하기 이 킬로미터 즈음 되는 짧은 길이지만, 이 길에 서면 꽃을 바라보는 눈길이 얼마나 포근하면서 넉넉해지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삶터를 어떻게 가꿀 때에 아름다울까 하고 느낄 수 있다. 관광단지가 있어야 하는 시골이 아니라, 푸른 들과 숲이 있어야 하는 시골인 줄 온몸으로 깨달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수출·수입을 먹고 살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밥과 물과 바람을 먹으면서 산다. 싱그러운 밥을 먹고, 시원한 물을 마시며, 맑은 바람을 마신다. 아파트나 자가용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목숨이 아니다. 햇볕과 비와 흙이 곱게 어우러진 곳에서 바람과 풀을 먹는 목숨이다.


  시골을 살리는 길은 투자 유치나 시설 유치가 아니다. 시골을 살리는 길은 시골이 시골스럽게 시골빛이 나도록 하는 데에 있다. 4347.4.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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