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남기기

 


  낮잠을 건너뛴 작은아이가 저녁 차린 밥상맡에서 꾸벅꾸벅 존다. 그러게, 낮잠을 잤어야지. 큰아이더러 조용하라고 이른 뒤 물끄러미 작은아이를 지켜본다. “자, 자, 냠냠 씹어야지.” 하고 말하니 입을 다시 오물거린다. “안을까?” 하고 팔을 벌리니 안긴다. 작은아이를 안고 쉬통 앞에 세워 쉬를 누인다. 오줌그릇에 찬 오줌을 밭뙈기에 뿌린다. 작은아이를 안고 잠자리에 앉는다. 등을 토닥이면서 “냠냠 다 씹어서 삼키자.” 하고 말하니 오물오물하면서 꿀꺽 한다. 이제 누여도 되겠구나. 반듯하게 누인 다음 이불을 덮는다. 토닥토닥 가슴을 살짝 두들긴 뒤 옆방으로 나온다.


  아이들과 밥을 먹을 때면 내 밥을 늘 맨 나중에 푼다. 아이들이 먹을 몫이 제대로 있은 뒤에야 내 밥을 먹는다. 아이들이 더 먹겠다 하면 내 밥에서 덜어서 주고, 아이들이 먹고 남기면 이 밥을 다음 새 밥을 지을 때까지 그대로 두다가 내가 먹는다. 아이들한테는 새로 밥을 지어서 준다.


  이렇게 지내는 우리 집에 개 한 마리가 살그마니 들어왔다. 아침저녁으로 개한테 밥 한 그릇씩 챙겨서 주는데, 아침저녁으로 밥이 어설프게 모자라거나 남는다. 오늘 저녁은 어설프게 모자란다. 언제나처럼 아이들 몫을 챙기고 개밥을 챙긴다. 내 몫으로 남을 밥이 없어, 나는 밥을 안 먹는다. 떠돌이처럼 우리 집에 머무는 개라 하지만 굶길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내 몫 밥을 챙기려고 밥을 굳이 새로 짓는 일은 없다.


  작은아이는 저녁을 먹다 잠들었으니 작은아이 밥이 남는다. 큰아이가 “나한테 줘.” 하고 말하기에 큰아이한테 덜어 준다. 잘 먹고 튼튼하게 자라렴. 4347.3.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