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13. 골목밭과 골목집 - 헌책방 기억속의서가 2011.10.15.

 


  시끌벅적한 곳에는 골목밭이 없습니다. 고속도로나 큰길 곁에 밭자락 있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이 같은 모습이지는 않아요. 고즈넉하고 고요한 시골 밭자락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나 큰길이 놓이니, 밭도 괴롭고 사람도 고단합니다. 도시에서 정치와 행정을 하는 이들은 지도를 펼쳐 금을 죽 긋고 함부로 막개발 일삼거든요.


  서울 시내 한복판에 골목밭 있기를 바라기란 힘들 만합니다. 그러나, 서울 시내 한복판에야말로 골목밭 있어 사람들 쉬고, 사람들 생각이 달라질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골목밭 곁으로 자동차 아무렇게나 달리지 않아야 하고, 골목밭 언저리에 쓰레기나 담배꽁초 마구 버리지 않아야 합니다. 누구나 눈과 마음을 쉴 뿐더러, 누구나 곱게 돌볼 밭뙈기 있어, 풀밭에 앉아 다리쉼을 하면서 풀뜯기를 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우랴 싶습니다.


  흙을 지고 날라 골목밭 일굽니다. 한 해 두 해 다섯 해 열 해에 걸쳐 차근차근 골목밭 짓습니다. 골목동네 골목이웃이 골목집 하나 건사하기까지 기나긴 해 들이듯, 하나하나 보듬고 손질하면서 골목 삶자락 새롭게 태어납니다.


  자동차 끝없이 서는 모습보다, 골목밭 이루어져 푸른 잎사귀 싱그러운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자동차 세울 자리 마련하느라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뒤덮기보다, 골목밭 일구려고 흙땅 정갈히 보살피는 모습이 어여쁩니다.


  배추 한 포기여도 좋습니다. 무 한 뿌리여도 좋습니다. 골목밭이기에 장다리꽃 피어나도록 둘 수 있습니다. 장다리꽃 예쁘게 흐드러지며 씨앗을 맺으면, 이 씨앗 이웃들 함께 나누어 이듬해에 새로 심고 새로 거두어 새로 웃고 나누는 삶 즐길 만합니다.


  골목밭에서는 골목푸성귀 자랍니다. 골목동네 깃든 골목헌책방에서는 골목삶 들려주는 골목책 하나 아기자기하게 기다립니다. 따사로운 손길 받으며 자라는 골목푸성귀요, 너그러운 손길 타며 새삼스레 읽히는 골목헌책방 골목책입니다. 4346.3.1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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