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아무도 못 말려 일공일삼 10
피에르 루키 글, 퓌그 로사도 그림, 김화영 옮김 / 비룡소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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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이들한테는 재미있을는지 몰라
 [책읽기 삶읽기 17] 피에르 루키, 《우리 아빠는 아무도 못 말려》



 1991년에 ‘민음사의 어린이책’이라는 이름을 달고 열 번째로 나온 《우리 아빠는 아무도 못 말려》를 읽다. 아니, 읽다 읽다 끝내 못 읽고서는 덮고야 말다. 이 책은 ‘민음사의 어린이책’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던 다른 책하고 마찬가지로 비룡소 출판사로 이름을 바꾸어 새 판으로 다시 나왔다. 2000년에 새로 나온 판은 번역을 손질했을까. 나는 헌책방에서 1991년판을 만나서 읽는다. 120쪽이 채 안 되는 어린이책인데 70쪽까지 읽고는 더 읽지 못한다. 조금 더 읽으면 끝인데, 도무지 따분하고 재미없어서 읽을 수 없다. 끝까지 읽고 나서 ‘이 책은 이렇습니다’ 하고 말한다면 더 좋겠지. 그러나 이렇게까지 읽을 수 없게끔 쓴 작품이 있다니 슬프다.

 책날개에는 “최고의 샹송가수인 조르쥬 브라상스는 엉뚱하면서도 달콤한 세계를 펼쳐 주는 작가, 작사가, 작곡가로 피에르 루키를 극찬했다” 같은 글이 적혀 있다. 아마 나라밖 프랑스에서는 널리 사랑받을는지 모른다. 퍽 좋은 작품인데 번역이 좀 얄딱구리할는지 모른다. 내가 이러한 이야기를 썩 재미있게 못 즐긴다 할는지 모른다. 그런데 같은 출판사에서 이무렵 함께 내놓은 《초록색 엄지소년 티쭈》라든지 《노랑 가방》이라든지 《아이와 강》이라든지 《내일은 맑을까요》 같은 작품은 참 신나게 잘 읽었다.

 섣불리 말할 수 없으나, 다른 이들한테는 재미있거나 뜻있거나 값있다 하는 작품이라 할지라도 나한테까지 재미있거나 뜻있거나 값있을 수는 없다. 거꾸로, 내가 재미있거나 뜻있거나 값있다고 느끼는 작품을 다른 이들이 재미있거나 뜻있거나 값있게 여길 수는 없다.


.. 아버지는 부족한 게 없을 만큼 행복하다. 그런데도 그게 아닌지 기어코 연극을 하겠다는 것이다! ..  (12쪽)


 연극을 하고 싶어하는 시계수리공 아빠 이야기를 적바림한 《우리 아빠는 아무도 못 말려》이다. 줄거리로만 살핀다면 갖가지 시끌벅적한 일을 일으키며 터무니없다 싶은 꿈을 꾸며 ‘조용하고 아늑한’ 집안에 큰 물결을 일으키는 못 말리는 아빠 삶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줄거리를 펼쳐 보이는 ‘말하는 이 눈높이(아이 눈높이로 이야기합니다)’가 어중간하고, 집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새앙쥐 이야기는 좀 어설피 끼어들었다. 뭔가 아기자기한 맛이 나타나지 않는다. 어딘가 생뚱맞거나 뚱딴지 같다 싶은 아빠 몸짓과 말마디가 톡톡 튀어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번역 탓이라 해야 할까. 번역이 맛깔스럽거나 신바람이 난다면 이 작품은 그야말로 빼어나며 재미난 작품이라 할 만할까.

 김화영 님은 어린이책도 곧잘 우리 말로 옮겼는데, 이분이 옮긴 어린이책 글줄은 썩 내키지 않는다. 프랑스 어른문학은 모르겠으나 프랑스 어린이문학 번역은 ‘어른문학 번역과는 아주 다르게’ 해야 한다고 느낀다. 《아이와 강》이라는 작품도 김화영 님이 옮겼는데, 이 작품 번역도 그리 내키지는 않았다. 손꼽히는 숱한 번역쟁이들은 어른문학이 어린이문학보다 훌륭하거나 높다고 생각하는 굴레를 털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뭐라고 해야 할까, 우리 아빠는 아무도 못 말린다기보다 어른문학 번역쟁이는 아무도 못 말린다고 해야 할까. 어린이를 사랑하면서 어린이 마음이 되고, 어린이 눈높이에서 동무 어린이랑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며, 신나게 뛰노는 몸가짐으로 어린이문학을 살갑고 따스하며 가만가만 어루만질 수 있는 ‘철이 퍽 없는’ 개구쟁이 번역쟁이를 만나고 싶다. (4343.10.15.쇠.ㅎㄲㅅㄱ)


― 우리 아빠는 아무도 못 말려 (피에르 루키 글,김화영 옮김,1991년:민음사+2000년:비룡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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