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톨스토이 글쓰기 : 톨스토이 님은 제대로 죽을 생각으로 늘그막에, 다시 말해 곧 죽음길로 가는구나 하고 느끼던 무렵에, 모든 끈을 풀어놓으면서 오직 딸아이한테 글월을 꾸준히 남겼다. 딸아이는 아버지가 집을 몰래 빠져나가서 길에서 조용히 죽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저한테 글월로 틈틈이 보내 주기를 바랐다. 아버지 톨스토이는 아이 말을 따랐다. 꽤 오랜 나날을 딸아이하고도 같이 살아왔지만 아마 이때가 가장 크고 넓고 깊게 마음을 열어서 ‘아이한테 삶을 슬기로이 사랑하는 살림길을 남긴’ 나날이지 싶다. 나는 톨스토이라는 분을 놓고서 ‘러시아 옛이야기(민화)를 하나하나 갈무리해서 아름드리 책으로 어린이부터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한 일’이 가장 빼어난 발자취라 느끼고, 이다음은 《국가는 폭력이다》란 책을 마무른 대목이라고 느낀다.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술자리 같은 데에서는 꽤 흔히 말한다지만 그무렵(뿐 아니라 오늘날에 이르도록) 톨스토이처럼 나라(정부)·학교·군대·교회·병원 들이 모두 우리를 사슬처럼 친친 감고 조이면서 바보가 되도록 내몬다고 낱낱이 밝히고 이야기를 엮은 이도 드물지 싶다. 더 나은 정부 지도자나 교사나 군인이나 종교인이나 의사가 있을 수 있을까? 더없이 마땅하게도 더 나은 지도자나 교사도 군인도 종교인도 의사도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제 보금자리에서 사랑빛으로 살아가면서 슬기로이 살림을 지을 줄 알면 넉넉하다. 모든 말이나 글은 아이한테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 입이나 손에서 끄집어낼 노릇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이 말이나 글은 언제나 노래여야 하겠지. 스스로 아름다이 빛나면서 아이들이 마음밥으로 삼을 말이나 글을 펼칠 적에 비로소 ‘어버이·어른’이란 이름이 걸맞으리라 본다. 톨스토이 님 책쓰기나 글쓰기는 모름지기 ‘어른으로서 책쓰기’요 ‘어버이로서 글쓰기’였다고 느낀다. 2002.2.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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