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11.


《행복한 허수아비》

 베스 페리 글·테리 펜+에릭 펜 그림/이순영 옮김, 북극곰, 2019.10.10.



광주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일찌감치 고흥으로 돌아가려다가 아이들하고 곁님이 저자마실을 하러 고흥읍에 나온다고 하기에, 세 사람이 고흥읍에 닿을 즈음에 맞추어 광주버스나루에서 시외버스를 타기로 한다. 무릎셈틀을 꺼낸다. 시끌벅적한 한복판에서 노래를 들으며 사전 글손질을 한다. 책상셈틀에 무릎셈틀이 있으니, 이제는 사전쓰기도 한결 수월하다. 버스를 두 시간 기다리며 일하고, 버스를 두 시간 달리며 마저 일한다. 며칠 만에 본 아이들이 달려와서 품에 안아 준다. 같이 짜장국수를 먹고 저자마실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니 잠이 쏟아진다. 그래, 이제는 마음을 폭 내려놓고 쉬어야지. 감기는 눈을 슬 비비고 《행복한 허수아비》를 넘겨 본다. 허수아비는 무엇 때문에 즐겁거나 안 즐거웠을까. 허수아비 곁에는 누가 있어야 즐겁거나 서운할까. 들녘에 혼자 선 허수아비를 비롯해 모든 사람한테 매한가지이리라 느낀다. 벼락돈이나 벼락이름이어야 즐겁지 않다. 벼락돈이 있더라도 같이 나눌 동무나 이웃이나 살붙이가 없다면 따분하겠지. 벼락이름이 없더라도 함께 노래할 동무나 이웃이나 살붙이가 있다면 즐겁겠지. 그런데 허수아비한테는 나락도 해님도 바람도 빗방울도 늘 동무요 이웃이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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