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 창비청소년시선 3
조재도 지음 / 창비교육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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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03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

 조재도

 창비교육

 2015.9.18.



  가을이라고 나무를 심지 말라 할 수 없습니다. 가만 보면 숲짐승은 바로 가을에 나무심기를 해요. 다만, 사람처럼 어린나무 옮겨심기를 하지 않습니다. 숲짐승하고 새는 나무씨인 열매를 숲 곳곳에, 때로는 들이나 마당이나 뒤꼍에 살포시 묻습니다. 이 나무씨인 작은 열매는 겨우내 천천히 땅이란 품에 안겨 아주 찬찬히 뿌리를 내리지요. 여러 해에 걸쳐 조그맣게 줄기를 올린 뒤에, 얼추 열 해쯤, 때로는 열대여섯 해나 스무 해가 지나고서 꽃을 피웁니다. ‘청소년 시’라 하는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을 읽다가, 시집 이름이기도 한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 끝자락을 읽으며 한참 갸웃갸웃했습니다. 가을에 심은 나무가 어떻게 봄에 꽃을 피우는지 아리송합니다. 어린나무를 심는다 하더라도 이듬해 봄에 꽃을 피우기란 참으로 빠듯해요. 서둘러도 너무 서두르는 셈입니다. 어린나무를 옮겨심더라도 꽃을 보거나 열매를 얻으려면 여러 해를 기다리기 마련입니다. ‘청소년 시’라 할 적에는 푸름이한테 힘이 되어 주려는 글자락일 테고, 푸름이가 마음에 품는 꿈씨나 사랑씨가 곱게 깨어나기를 바라는 뜻을 얹는 글빛이겠지요. 그렇다면, 섣불리 청소년 시를 안 쓰면 좋겠습니다. 부디 열대여섯 해는 삭이고서 시를 써 주셔요. ㅅㄴㄹ



그러니 기다려 주세요 / 너무 재촉하지 말아 주세요 / 가을에 심은 나무는 / 봄이 되어야 꽃 피울 수 있잖아요 (자물쇠가 철척 열리는 순간/71쪽)


동물이나 사람이나 / 힘 대결 한다 (힘 대결/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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