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막노동 무임금 : 참 오랫동안 집안일(가사노동)을 품삯 없이 시킨 온누리이지 싶다. 그런데 가만 보면 가시내(여성)가 뛰어난 솜씨요 사랑이기에 집안일을 그렇게 도맡아서 해올 만하지 않았을까? 집안일을 가만 보면 칼잡이(부엌일)에 바늘잡이(옷짓기)에 틀잡이(물레질·베틀질) 노릇을 해야 하고, 엄청난 힘으로 주먹잡이(절구질·다듬이질·바심질)를 할 뿐 아니라, 아기를 낳아 포근한 숨결로 돌보고, 더군다나 아이한테 말을 가르치고 노래를 불러 주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뭇사내는 이 여러 일을 너무 못하는 몸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가시내는 기꺼이 낮은자리에 서서 조용히 모든 일을 사랑으로 펼쳤다. 거꾸로 생각해 보자. 사내가 기꺼이 낮은자리에 서는 마음이 될까? 사내는 기꺼이 낮은자리에 서면서 언제나 사랑으로 집안일을 하거나 아이를 돌볼 수 있을까? 아아아, 이렇게 거꾸로 생각해 보니, 사내라는 몸을 입은 내가 참으로 부끄럽다. 아무래도 사내라고 하는 몸은 가시내한테서 엄청난 사랑을 배우라고 하는 삶이지 싶다. 모든 일을 사랑으로 할 줄 아는 가시내 곁에서 꼬박꼬박 배워서 새롭게 집안일이며 집밖일을 지피라는 슬기를 가꿀 뜻으로 사내라는 몸을 입은 셈 아닌가 싶다. 이리하여 이제는 ‘막노동 무임금’이란 틀을 사내가 앞장서서 깨 주어야지 싶다. ‘사랑일 사랑삯’이 되도록, 그러니까 집에서 일하고 살림하는 이들이 ‘사랑일을 하는 만큼 사랑삯을 누리’는 길을 열어야지 싶다. 아마 이 ‘사랑일 사랑삯’은 ‘기본소득’이란 이름으로 펼 만하리라. 아무한테나 주는 기본소득이 아니라 ‘여태 사랑으로 살림을 꾸리고 아이를 돌본 가정주부’란 이름인 할머니 어머니 아주머니, 여느 곁님이 누리도록 할 노릇이지 싶다. 그리고 가시내한테서 집안일하고 집살림을 배우며 조용히 보금자리를 가꾸는 착한 사내도 기본소득을 누리면 좋겠지. 다시 말하지만 ‘사랑일 사랑삯 = 기본소득’이 되는 길을 닦아야지 싶다. 온누리에 아름다운 빛이 흐르도록 확 뒤집어엎어야지 싶다. 2019.9.2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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