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꽃 : 그녀



[물어봅니다]

  ‘그녀’는 일본 말씨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왜 이런 말씨가 안 사라질까요? 좀 구체적인 보기를 들면서 ‘그녀’를 안 쓸 수 있는 길을 더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야기합니다]

  그래요, 물으신 말씀처럼 좀 낱낱이 짚어야 알아볼 만하지 싶어요. 요새는 어린이책에까지 ‘그녀’를 쓰는 분이 많은데요, 여러 가지 책에서 뽑은 보기를 죽 들면서, 어떻게 풀어내거나 담아내거나 녹여낼 만한가를 밝히겠습니다.


하지만 평화에 대한 그녀의 간절한 외침은 이뤄지지 못했어요

→ 그러나 평화를 그토록 바란 그 외침은 이뤄지지 못했어요

→ 그런데 평화를 애타게 바란 그분 외침은 이뤄지지 못했어요


  수수하게 “그 외침”이나 “그분 외침”처럼 쓸 수 있어요. 또는 그분 이름을 들면서 다듬어도 좋아요. 이 대목에서는 더 생각해 보면 좋겠는데요, 남자 어른한테는 으레 ‘그분’이란 말을 쓰는데 여자 어른한테는 뜻밖에 ‘그분’이란 말을 잘 안 쓰고 ‘그녀’라 하는 분이 많더군요. 일본 말씨를 가다듬는 길 못지않게 남녀평등이란 대목도 살피면 좋겠어요.


그녀가 입고 있던 하얀 가운

→ 간호사가 입던 하얀 옷

→ 그 사람이 입은 하얀 옷

→ 그분이 입은 하얀 옷

→ 그님이 입은 하얀 옷


  여기에서는 ‘간호사’가 어울려요. 또는 “그 사람”이라 하면 되고, 이름을 밝혀도 되지요. 그리고 ‘그분’을 쓸 수 있는데, ‘그님’이라 해도 어울려요.


그녀들을 다스리는 일에

→ 암탉을 다스리는 일에

그들에게 날 도와 달라고

→ 암탉한테 날 도와 달라고


  암탉을 가리키는 자리에서 ‘그녀’를 쓴 분이 있더군요. 암탉은 그냥 ‘암탉’이라 하면 되지요.


그곳에서 그녀를 보고

→ 그곳에서 시앵을 보고

→ 그곳에서 아기 엄마를 보고


  여기에서는 “아기 엄마”라 하면 된답니다. 아기 엄마이니 “아기 엄마”라 하면 되어요.


그녀의 이마에

→ 할머니 이마에

→ 그분 이마에


  할머니는 할머니랍니다. ‘할머니’라 하면 되어요. 또는 ‘그분’이라 하면 되지요.


세상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그녀

→ 온누리 아픔을 어루만지는 동생

→ 온누리 아픔을 어루만지는 아이


  동생을, 또는 아이를 가리킬 자리에 ‘동생’이나 ‘아이’라 하지 않고 ‘그녀’라 한 대목이에요. 자, 우리 곁에 있는 그대로 ‘동생’이나 ‘아이’라 하면 될 테지요?


  한국말에서는 ‘그’를 수수하게 쓰면 됩니다. 다음으로 ‘그이·그분·그님’이나 “그 사람”을 알맞게 살펴서 쓰면 되어요. 또는 이름을 밝히면 되고, 암탉인지 암소인지 암고양이인가를 헤아려서 쓰면 됩니다.


  ‘그녀’는 ‘피녀(彼女)’라는 일본 말씨입니다. ‘피녀’란 일본 말씨는 일본이 서양 제국주의 군홧발에 깜짝 놀란 뒤에 서양 제국주의를 뒤쫓으려 하면서 서양 말씨 흉내를 내다가 지은 말씨예요. 일본에도 예전에는 ‘she’를 가리키는 말씨는 딱히 없었지만, 서양 흉내를 낸 말씨랍니다. 우리는 남 흉내를 낼 까닭이 없어요. 이웃한테서 배우며 우리 나름대로 새 말씨를 가꾸면 좋아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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