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허전하다 : 어릴 적에 누가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궁금해 하면서도 더 묻지 않았다. 이러다가 생각했지. “내가 궁금한 대목을 왜 남한테 물어야 하지? 내가 궁금하니까 내가 풀면, 다른 사람 눈길이나 슬기나 생각이 아닌, 바로 내가 스스로 눈길이나 슬기나 생각을 키워서 알아내면 되지 않아? 내가 오롯이 내 힘으로 눈길을 키워서 똑바로 볼 줄 알고, 내가 옹글게 슬기를 가꿔서 사랑스레 볼 줄 알며, 내가 씩씩하게 생각을 일으켜서 아름답게 볼 줄 알면, 모든 수수께끼는 눈이 녹듯이 스르르 풀려서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참말 이다음부터는 걱정이나 근심이라고 하는 말이 제 삶에서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서 수수께끼가 걷히지는 않았다. 다만, 걷히지 않는 수수께끼에 매달리는 일도 걷히더라. 앞으로 풀 수수께끼를 마음 한켠에 두면서 ‘오늘 풀어갈 길’만 바라보고서 온마음을 쓸 수 있더군. 이렇게 스스로 오늘 풀어갈 길만 바라보고서 온마음을 쓰며 지내다 보니, 예전이나 어릴 적에 품은 수수께끼를 풀어줄 실마리가 찾아오네. 그렇다고 어떤 뛰어난 길잡님이나 이슬떨이나 어른이나 스승을 만났다는 뜻이 아니다. 뜻하지 않게 생긴 어떤 일을 스스럼없이 마주하고 보니 바로 이런 일거리에서 ‘예전에 궁금해 한 바로 그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가 반짝반짝 빛나면서 저를 지켜보더라. 그 실마리가 속삭인다. “자, 이 실마리라는 열쇠를 너한테 줄게. 나는 너한테 열쇠를 건넬 뿐이야. 이 열쇠로 자물쇠를 푸는 몫은 바로 너이지. 너는 네가 하고픈 대로 해. 이 열쇠로 자물쇠를 풀 적에는 두 가지가 찾아온단다. 하나는, 수수께끼를 풀어낸 기쁨, 둘은, 수수께끼를 풀어낸 뒤에 찾아올 허전함.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두렵거나 꺼릴 만하다면 열쇠를 안 받아도 돼.” 나는 마땅히 열쇠를 받는다. 이러고서 자물쇠를 푼다. 참말 마음빛(정령) 목소리 그대로 수수께끼를 풀면 기쁨하고 허전함이 나란히 밀려든다. 왜냐하면, 이 수수께끼를 풀었기 때문에 ‘저 수수께끼’라는 새로운 생각거리가 바로 나타나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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