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브르의 탐구생활 - 취미는 자연! 산나물, 노린재, 오래된 살림, 할머니를 좋아합니다
이파람 지음 / 열매하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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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92


《이파브르의 탐구생활》

 이파람

 열매하나

 2019.7.29.



지역마다 다른 놀이의 특색이 흥미롭고 재밌기만 한데, 어째서 지금은 한두 가지 방식으로만 이어지고 있는 건지 아쉽다. (42쪽)


콩알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형형색색 그 자태가 영롱하고 신비하다. 행성을 닮은 씨앗 안에는 어떤 우주가 들어 있을가? (80쪽)


고사리는 어쩐지 바다향이 나서 좋다. 산에서 맡는 바다 내음이라니. (100쪽)


이름처럼 바람이 불면 온몸으로 노래하는 생명체인 것을 나는 미안하게도 종종 잊곤 한다. (133쪽)


떡갈나무잎에 떡을 사서 쪘다는 조상님들의 지혜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152쪽)



  1970년대 무렵을 헤아리면 이 나라 시골에 아이랑 젊은이가 북적북적했다고 합니다. 1980년대에도 아직 아이랑 젊은이가 복닥복닥했다는데, 1990년대로 접어들고 2000년대로 넘어서자 어느새 텅 비다시피 하고 2010년대를 지나고 2020년대를 코앞에 두면서 마을이 아예 사라질 판이 됩니다.


  모든 것이 서울에 우루루 몰린 흐름이니, 시골을 빨리 떠나서 서울로 가려는 물결이 되었다고 할 만해요. 1950년대나 1930년대에도 시골을 떠나 서울로 간 사람은 제법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많던 시골 어린이하고 시골 젊은이가 감쪽같이 빠져나간 지는 이제 서른∼마흔 해 언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동안 ‘서울살이를 노래하는 책’이 참으로 많이 나왔어요. 거의 모든 책은 서울살이를 바탕으로 썼다고 할 만해요. ‘시골살이를 노래하는 책’은 드문드문 나왔지요. 그런데 이제는 서울내기가 시골내기로 삶을 바꾸는 흐름이 차츰 늘면서 ‘시골을 새로 읽고 누린 기쁨’을 담아내는 책이 부쩍 늘어납니다.


  더는 서울에서 견딜 수 없다고, 이제는 서울에서는 스스로 사람다운 사랑을 나누기 어렵다고 여긴 젊은 이웃님 두 분은 《이파브르의 탐구생활》(이파람, 열매하나, 2019)이라는 책을 선보입니다. 서울살이가 꼭 나쁘거나 메마르다고는 할 수 없어요. 사람이 아주 많으니 더 살갑게 어우러지는 한마당이 서기도 합니다. 다만, 서울에서 마당 있는 느긋한 보금자리를 꾸미기란 좀처럼 안 쉬운 일이에요. 서울에서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놀 터전을 찾기도 만만하지 않아요. 시골에서라면 집을 사고 땅까지 살 돈으로 넉넉하지만, 서울에서는 전세값을 대기에도 빠듯한 판입니다.


  모든 것, 이른바 물질문명이 넘실거리는 서울입니다. 극장도 많고 책집도 많고, 찻집이며 옷집이며 밥집도 많아요. 굳이 전화를 안 걸고 손전화 단추를 톡톡 눌러도 집까지 튀김닭이며 피자를 갖다 주는 도시예요. 이와 달리 시골에서는 가게도 적고, 값도 비싸고, 무얼 사다 먹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서울에 없고 시골에 있는 여러 가지가 있으니, 바로 별입니다. 싱그러운 바람입니다. 맑은 물입니다. 깊은 숲입니다. 멧새와 철새가 늘 다르게 들려주는 노래입니다. 철마다 새로 깨어나는 풀벌레는 철마다 다른 노래잔치를 벌입니다. 봄부터 가을이 저물 때까지 개구리도 우렁차게 노래를 베풀어요. 무논에서만 개구리가 노래하지 않아요. 겨울잠에 들기 앞서 참개구리는 풀숲 한켠에 깃들어 마지막 가을노래를 베풉니다. 게다가 바람이 쉬잉 불면 나무가 춤을 추면서 새로운 노래를 들려주기도 해요. 가랑잎이 떨어지는 소리는 마치 북소리 같아요.


  시골집 마당이나 텃밭이나 뒤꼍을 누린다면, 따로 심은 푸성귀가 없더라도, 온갖 풀을 나물로 삼을 만합니다. 새로 돋는 나뭇잎도 즐거운 나물입니다. 감잎이나 뽕잎을 비롯해, 쑥잎이나 쇠무릎잎도 즐겁게 덖어서 찻물로 우려서 마실 만해요. 수세미가 꽃이 피고 열매가 맺으면, 싱그러운 설거지 수세미도 얻지만, 통통한 수세미를 썰어서 말리면 수세미 찻물을 얻기도 해요.


  이제 바람이 되고 싶던 서울내기는 ‘이파람’이란 이름을 새로 지었다고 해요. 둘레에서 이파람 님을 ‘이파브르’란 새이름으로 불러 주기도 한대요. 무엇이든 낯설지만, 낯설기에 더 들여다보면서 배우고 싶은 이파람 님은, ‘풋풋한 파브르 살림’을 꾸리는 재미를 누린다지요. 이 재미진 하루는 어느새 글로 피어납니다. 텃밭살림 못지않게 글꽃살림을 짓습니다.


  초·중·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교에서 배운 적 없는 숲살림이나 들살림을 몸으로 부대낍니다. 숲이나 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책이 아니라 눈이랑 손으로 마주합니다. 시골로 삶자리를 옮겼다면 즐겁게 숲을 껴안으면 좋겠어요. 그냥그냥 서울살이가 좋더라도 마음눈을 뜨고서 새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별빛을 같이 나누면 좋겠어요. 다같이 ‘풋풋한 파브르’가 되어 들꽃내음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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