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11.


《추억의 에마논》

 카지오 신지 글·츠루타 겐지 그림/정은서 옮김, 미우, 2012.7.15.



아이들이 품은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아는 어른은 얼마나 될까. 아마 꽤 많은 듯하면서도 퍽 적을는지 모른다. 아주 많을 수 있지만, 뜻밖에 거의 없을 수 있다. 아이들이 펴는 사랑이 참으로 아름다운 줄 알기에, 이 아이들 사랑을 억누르거나 짓밟는 어른이 있다면, 아이들이 어떤 사랑을 펴든 기꺼이 받아안으면서 한결 푸르게 피어나도록 마음을 여는 어른이 있겠지. 《추억의 에마논》을 읽고서 몇 해쯤 책상맡에 밀어놓고 잊었다. 책상맡에 쌓인 책을 치우다가 다시 눈에 뜨인다. ‘고작 30억 해’라는 삶을 담은 ‘에마논’은 하루하루 새롭게 마주하는 사람하고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느끼면서 차곡차곡 쟁인다고 한다. 우리도 그와 같지 않을까? 푸성귀를 심을 적에는 그 푸성귀하고 얽힌 옛생각이 있을 테고, 컵라면을 먹을 적에는 이 컵라면을 이룬 비닐이나 나무젓가락이나 양념가루가 먼먼 옛날에 어떤 얼거리로 지구별에 있었는가를 떠올리지 않을까. 이웃님이 감자 한 꾸러미에 단호박 여러 알을 주셨다. 나는 수수께끼 동시를 한 자락 써서 드린다. 내가 드릴 수 있는 빛은 종이 한 자락에 적은 열여섯 줄뿐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이 열여섯 줄이 반짝반짝 피어나는 씨앗이라면 ‘작지는 않으리라’고 생각을 바꾼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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