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살아있다 문학의전당 시인선 248
안혜경 지음 / 문학의전당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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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01


《비는 살아 있다》

 안혜경

 문학의전당

 2017.2.15.



  새벽 다섯 시 사십 분 무렵 마을 어귀로 나가서 ‘한가위맞이 마을 치우기’를 함께합니다. 한가위하고 설날을 앞두고 으레 하는 마을 치우기인데, 앞으로는 이 일을 할 수 없으리라 느낍니다. 마을 분들 나이는 해마다 늘어나고, 몸도 해마다 지치실 테니까요. 반 나절을 같이 치우면서 생각합니다. 굳이 어르신이 힘들게 마을 치우기를 할 노릇이 아니라, 한가위나 설에 이녁 젊은 딸아들이 미리 찾아와서 마을 치우기를 하면 될 일 아니겠느냐고. 묏자리 풀베기뿐 아니라 마을일도 거들고서 마을잔치를 함께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비는 살아 있다》에 흐르는 노래는 ‘사무실에서 바라보는 빛’입니다. 쌓인 종이더미 사이에서도 잎빛을 느끼고, 비내음을 느낍니다. 쌓인 종이더미를 다루면서도 하루가 어떻게 흐르는가를 살피고, 어제오늘을 가로지르는 바람결을 헤아립니다. 시골에서 살아도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못 볼 수 있어요. 시골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그렇습니다. 서울에서 살아도 푸르게 싱그러운 들을 누릴 수 있어요. 텃밭이나 꽃밭을 가꾸거나, 서울 곳곳에 있는 풀밭이나 나무 곁에 서면 큼큼 풀내음을 먹을 만합니다. 버스나 전철을 타고 움직이면서도 나비를 볼 수 있어요. 트랙터에 경운기를 몰면 풀벌레 노래를 못 들어요. ㅅㄴㄹ



쌓여 있는 서류더미에 / 가벼운 이야기는커녕 / 사무실 창문 밖은 비가 내리고 / 컵 속에 뿌리내린 쑥갓은 / 마치 달빛 속에 있는 듯 / 매달린 생각들을 펼쳐 보이니 (겨울비/44쪽)


분명 / 은행나무가 울부짖었다 / 긴 복도를 타고 첨벙거렸다 / 창문을 쾅쾅 흔들기도 하면서 (사무실 창문/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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