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꽃



 ‘임산부 배려석’에 새 이름을


[물어봅니다] 서울메트로에서 ‘임산부 배려석’을 두면서 홍보 노래를 틀어 주는데, 노랫말이 좀 어색해 보입니다. 숲노래 님이 좀 우리말답게 손질해 주실 수 있을까요? 서울메트로에 노랫말을 고쳐 보라고 건의하고 싶어요.


[이야기합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임산부 배려석’이란 이름부터 안 쉽구나 싶습니다. 되도록 차분하면서 아끼려는 말씨로 이런 이름을 쓰는구나 싶지만, 어린이 눈높이를 찬찬히 생각한다면 한결 부드러우면서 살가이 이름을 지을 만해요. 먼저 ‘임산부’란 “아기 엄마”나 “아기 어머니”입니다. ‘임부 + 산부’인 ‘임산부’라지만, 한국말로는 “아기 엄마”일 뿐이에요. 왜 그러한가 하면, 한국에서는 아기를 몸에 밸 적부터 ‘엄마·어머니’로 여기고, 이때부터 사내도 ‘아빠·아버지’입니다. 아기를 낳은 뒤부터 ‘엄마 아빠’가 아니라, 아기를 밴 그날부터 ‘어머니 아버지’예요.


  이런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면 ‘아기 엄마(아기 어머니) ← 임산부’로 가다듬을 수 있어요. 다음으로 ‘배려’란 “마음을 쓰기”예요. 아기 엄마한테 마음을 쓰며 자리 한 칸을 내어주도록 하자면, “아기사랑칸·아기사랑 자리”나 “엄마사랑칸·엄마사랑 자리”처럼 이름을 붙여도 됩니다.


  아기는 혼자 다니지 못해요. 엄마나 아빠가 늘 같이 있어요. 그러니 ‘아기사랑칸’이라고 해도 어울려요. ‘엄마 아빠’는 아기가 쓰는 말이에요. 그래서 ‘엄마사랑칸’이라 하면, 아기를 배거나 갓 나은 분을 헤아리는 이름이 됩니다.


핑크색 자리를 임산부 자리로

우리의 배려가 멋진 하루 만들어줄 거예요


  이제 ‘서울메트로 임산부 배려석 노래’를 살피겠습니다. “핑크색 자리”라든지 “우리의 배려가 멋진 하루 만들어줄 거예요” 같은 대목이 좀 아쉽네요. 빛깔말을 보자면 한자말로 ‘분홍’이 있고, 한국말로는 ‘진달래빛·철쭉빛’이 있어요. 남녘에서 널리 자라다가 이제 서울 쪽에서도 볼 수 있는 ‘배롱나무 꽃빛’인 ‘배롱빛·배롱꽃’이 있습니다. 그리고 ‘배려가 하루 만들어줄 거예요’ 같은 글월은 퍽 엉성합니다. 번역 말씨로군요. 이 노래를 찬찬히 손질해 보겠습니다.


1. 배롱빛 자리를 아기 엄마한테 

우리 사랑으로 멋진 하루를 지어요

2. 배롱꽃 자리를 아기 엄마한테 

사랑스레 마음쓰는 멋진 하루


  ‘배려석’이란 이름을 썼지만 노래에서는 ‘자리’라 했네요. 이 말씨를 잘 살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배롱빛 자리”라 하며, 사람들이 빛깔을 새삼스레 꽃빛으로 느껴서 생각하도록 이끌 만해요. 배롱꽃이 낯설다 하면 ‘진달래꽃’이라 해도 좋아요. 이러면서 전철에 꽃무늬를 그려 넣으면 더욱 좋겠지요. 배롱꽃을 낯설어 하더라도 배롱꽃 무늬를 넣어서 ‘아기 엄마는 배롱꽃처럼 눈부시고 고운 사랑입니다’ 하고 알려도 좋습니다.


  “멋진 하루를 지어요”라는 대목을 살린다면 “우리 사랑으로”를 앞에 넣어서 꾸미도록 합니다. 이 말씨는 “사랑스레 마음쓰는”을 앞에 넣고 “멋진 하루”로 뒤쪽을 마무리하는 얼거리로 써 보아도 됩니다.


  아기 엄마한테 마음을 쓰면서 사랑을 나누는 멋진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뜻 그대로, 전철에 있는 자리 하나에 붙이는 이름에도 즐거이 마음을 기울이면 좋겠어요. 이 마음을 꽃빛으로, 꽃 가운데에서도 긴긴 날을 해사하게 밝히는 배롱꽃 빛깔로 한결 살뜰하면서 부드럽고 포근하게 비춘다면 더욱 좋을 테고요. 활짝 웃고 노래할 수 있는 마음이 꽃빛으로 곱게 물들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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