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노래] 심사평


2019.8.30. 국립한글박물관에서 2019년에 다섯걸음을 맞이하는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편지 공모전’을 열었다고 한다. 온나라 어린이가 보낸 손글씨 글월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그 어마어마한 손글씨 글월 가운데 꼭 하나만 ‘대상’으로, 꼭 여섯만 ‘으뜸’으로, 꼭 스물만 ‘버금’으로 가리는 일이란 터무니없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누구는 뽑고 누구는 안 뽑고, 이런 말을 들을 수 있겠구나 싶은데, 따지고 보면 손글씨로 느낌글을 쓴 모든 어린이는 공모전에 보내기 앞서 스스로 종이에 저희 생각을 얹으면서 기쁨을 누렸으리라 여긴다. 상을 받으려고 쓴 손글씨 느낌글이 아닌, 스스로 삶이 피어나는 보람을 맛본 손글씨 느낌글이라고 할까. 이리하여 스물일곱 글자락을 애써 고르면서 다음처럼 ‘심사평’이라는 글을 손글씨로 남겨 보았다.


“책이란 우리 마음이 새롭게 나아가도록 이야기로 북돋우는 씨앗이라고 느껴요. 어린이 여러분은 저마다 즐겁게 이야기씨앗을 마음에 품으면서 즐거웠을 테지요? 손으로 쓴 느낌글에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심은 씨앗뿐 아니라, 글씨라는 씨앗, 바로 ‘글이 씨가 되어 이야기로 꽃이 피는 사랑’을 담는 보람도 누렸으리라 생각해요. 누구보다도 잘 쓰려는 글이 아닌, 가장 잘 알려진 책을 골라서 읽는 길이 아닌, 어린이 여러분이 스스로 믿고 사랑해서 곱게 아끼는 숨결을 찬찬히 헤아리는 자리였기를 바랍니다. 1학년부터 6학년 어린이까지 저마다 다른 꿈·걱정·사랑·시샘·슬픔·괴로움·바람·아쉬움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대상·으뜸·버금 같은 이름을 붙였습니다만, 모든 글은 ‘꽃글’이었어요. 버금 자리에 들지 않았어도 어김없이 ‘꽃글’입니다. 이 꽃글을 늘 기쁘게 어린이 여러분 마음에 담으면 좋겠어요. 하루하루 노래하는 걸음으로 배우고 익혀서 펼쳐 보셔요. 어른은 아이를 가르치지만, 거꾸로 아이한테서 배우기에 어른이랍니다. 두 손 가득 아름다이 피어나는 오늘을 듬뿍 품고 가득 나누어 보셔요. 고맙습니다. 숲에서 태어난 바람 한 줄기를 모든 분들한테 띄웁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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