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다


2002.4.26. “네? 저기, 뭐라고요? 한 달이 아닌 하루에 읽은 책이 서른 권이라고요?” “저기요, 하우에 고작 서른 권밖애 못 읽었다는 게 제 모습이고, 제가 아는 어느 이웃님은 하루에 쉰 권을 읽어요. 아, 아, 죄송해요. 보통은 한 달에 열 권 정도 읽으면 많이 읽는다고들 말하지요. 그런데, 피디님은 모르시겠지만, 책방계에는 바깥에 말을 안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책을 사랑으로 읽는 사람은 ‘시간’이나 ‘권수’로 읽지 않아요. 그래서 하루에 쉰 권뿐 아니라 백 권도 가뿐히 읽어요.” “네? 백 권이라고요?” “앗! 죄송합니다. 모르는 분들한테 함부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피디님이 모르셔서 그렇지요, 책을 사랑으로 읽는 사람한테는 하루에 쉰 권이나 백 권 읽는 숫자가 대수롭지 않고 힘들지도 않아요. 하루에 새로 태어나는 책이 몇 권인데요! 하루에 백 권을 읽는다고 해도, 하루에 이 지구라는 별에서 새로 태어나는 책을 다 읽을 수 없다고요!” “네? 아니, 뭐라고, 아니, 하루에 전 세계에서 태어나는 책이 뭐라고요?” “아무리 책을 사랑하는 사람도 이 지구에서 날마다 태어나는 모든 새로운 책을 다 읽지 못해요. 그래서 하루에 서른 권이나 쉰 권을 읽어도 다들 똑같이 말해요. ‘아아, 내가 오늘 읽은 책보다, 오늘 못 읽은 책이 더 많네!’” “…….” “후후. 피디님, 그렇습니다. 저희는요, 하루에 서른 권씩 읽으며 살아도요, 저희가 날마다 놓치는 책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아요. 이 대목을 생각해 주셔요. 저희는 하루에 서른 권씩, 한 해로 치면 만 권을 가볍게 읽는다고 여기실는지 모르지만, 저희 생각으로는요, 저희는 ‘날마다 놓치는 책이 너무 많아서, 우리는 책을 참 모르네’ 하고 생각하고, 우리끼리 얘기해요. 한 해에 책을 1만 권을 읽어낸다고 해서 많이 읽는 셈이 아닙니다. 이 대목을 부디 알아주셔요. 저희는 ‘모르는 책’이 대단히 많아서 ‘이 모르는 책을 알아가면서 삶을 배우려’고 즐겁게 새로운 책을 찾아서 읽습니다. ㅅㄴㄹ 


(숲노래 책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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