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5.26.


《완벽해》

 맥스 아마토 글·그림/이순영 옮김, 북극곰, 2019.11.25.



순천을 다녀오기로 한다. 서울손님을 맞으러 나가려 한다. 이른아침에 마을 앞 첫 시골버스를 타려 했는데, 아이들더러 집을 잘 보면서 하루그림 즐거이 그리라고 얘기하고 토닥토닥 안다가 부웅부웅 지나가는 버스를 보았다. 더 느긋이 다니라는 뜻으로 삼고서 더 이야기를 섞은 뒤에 이웃마을로 걸어갔다. 서울손님하고 순천 두 군데 마을책집을 들렀고, 앞으로 서울 한켠에서 어떤 이야기꽃에 일꽃에 살림꽃을 같이 지피도록 힘을 쓸 만한가 하고 이야기했다. 그림책 《완벽해》에는 두 아이가 나온다. 하나는 무엇이든 그리고 싶은 붓, 하나는 무엇이든 지우고 싶은 지우개. 붓은 신나게 그린다. 지우개는 신나게 지운다. 붓이 그리든 지우개가 지우든, 둘은 저마다 제몫을 할 뿐이다. 그런데 붓이 무엇을 그렸는지 쳐다볼 겨를이 없이 서둘러 지우기만 한다면, 붓도 재미없고 지우개도 보람없겠지. 같이 그린다면, 같이 그리며 같이 피어나는 길을 헤아린다면, 또 같이 지운다면, 때때로 이것은 덜어내고 저것은 털어내는 길을 함께 살핀다면, 비로소 빈틈이 없이 우뚝 서면서 까르르 노래할 만하리라. 따지고 보면 ‘빈틈없다’는 아니다. ‘오롯하다’고 해야 맞다. ‘옹글다’라 할 수 있고 ‘온’이란 말이 어울린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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