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5.10.


《어린이》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글·그림/곽노경 옮김, 한솔수북, 2009.4.23.



보낼 글월을 천바구니에 담아 왼어깨에 걸치고 자전거를 달린다. 천천히 느긋하게 바람을 마신다. 벼싹을 심은 논이 늘고, 들바람이 차츰 바뀐다. 들에 무엇이 자라느냐에 맞추어 들바람이 바뀌지. 하늘이 파랗고 찔레꽃이 하얗다. 찔레꽃이 눈부실 때란, 바야흐로 딸기알이 새빨갈 즈음. 우리 집 밭자락에서 들딸기를 조금씩 얻으니, 이튿날부터 우리 책숲에서 들딸기 마실을 누려 볼까. 《어린이》는 어린이란 어떤 넋이요 사람이며 숨결인가를 그림하고 글로 차분히 들려준다. 어른 눈으로 어린이를 바라보지 말자고, 어른 생각으로 어린이를 넘겨짚지 말자고, 어른 마음으로 어린이를 마주하지 말자고, 어른 멋대로 어린이를 재거나 따지지 말자고 들려준다. 생각해 볼 일이다. 오늘 어른이라지만, 어제는 모두 어린이였다. 어린이로 살지 않고서 어른이 될 수 없으니, 개구리가 올챙이 적을 잊는다고만 하지 말고 “어린이였던 나날을 잊지 않는 어른”으로서 사랑스럽고 상냥하고 포근하고 넉넉하고 신나게 어린이를 품에 안는다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정치도 경제도 어린이 마음으로 한다면, 평화와 평등도 어린이 마음으로 다스린다면, 문학하고 교육도 어린이 마음으로 편다면, 말썽이나 걱정거리란 가뭇없이 사라지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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