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5.7.


《여행하는 말들》

 다와다 요코 글/유라주 옮김, 돌베개, 2018.9.7.



작은아이가 짐꾼이 되어 주기로 하면서 같이 읍내마실을 한다. 읍내 놀이터에서 기다리며 산양젖을 받는다. 그런데 내 손짐을 차에 놓고 내리는 바람에 손짐을 되찾으려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버스를 놓친다. 어찌할까 한동안 생각하다가 큰아이가 바라는 수박싹을 찾기로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수박싹을 파는 집이 여럿 있었으나 오늘은 으째 동이 났는감. 시들한 수박싹을 다섯 뿌리 장만하고서 택시를 부른다. 해거름에 큰아이하고 수박싹이랑 오이싹을 옮겨심는다. 비록 시들한 채 데려왔어도 우리 밭자락에서 기운을 찾기를 빌며 입을 맞춘다. 며칠째 조금씩 《여행하는 말들》을 읽는다. 이야기는 무척 알차며 곱다고 느낀다. 옮김말은 매우 아쉽지만. 옮김말 탓에 대번에 끝까지 못 읽는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이웃말을 배우고 이웃살림을 들여다보는 겨를만큼 한국말이나 한국살림을 들여다보거나 배우는 일꾼이 얼마나 될까? 굳이 한국말사전을 씹어먹어야 하지는 않으나, ‘눈 눈 눈’이나 ‘배 배 배’를 마음껏 다룰 줄 알 만큼 한국말을 건사할 적에 비로소 글쓰기나 옮기기를 할 만하지 싶다. 말이 바람을 타고 나들이를 다닌다. 낱말이, 말씨가, 말마디가, 말결이, 말밭이 덩더쿵 춤추면서 온누리를 휘젓는다. 홀가분하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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