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4.29.


《7인의 셰익스피어, 제1부 1》

 사쿠이시 해롤드 글·그림/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19.1.25.



비가 꽤 시원하게 내린다. 빗소리를 한참 듣다가 소쿠리를 들고서 쑥이며 여러 풀을 뜯는다. 바깥에서 쑥이랑 풀을 헹구는데 진딧물이 꽤 많이 쓸린다. 맨눈에 그닥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달라붙었네. 한참 헹구어 떨어내고는 쑥지짐이를 한다. 비는 시원하게 오지만 바람은 조용한 탓에 부엌에서 지글지글 지지는 동안 지짐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다. 냄새 빼기에 더 마음을 쏟아야겠다. 저녁에 출판사에서 쪽글이 온다. 새로 낼 책을 텀블벅에 내보면 어떻겠느냐 물으셔서 ‘지난가을부터 새로 쓴 동시가 240자락’쯤 되니, 새로 쓴 동시를 모두 손글씨로 옮겨서 선물로 드릴 만하고, 우리 집 뒤꼍에서 거둔 흰민들레씨도 두 톨씩 드리면 좋겠다고 여쭌다. 《7인의 셰익스피어, 제1부 1》를 읽었다. 만화책이지만 만화로만 읽을 수 없다. 지난 그 살림길에 무엇이 있었는가를 누가 얼마나 알까? 지어낸 이야기란 그저 ‘지어냈다’고만 여길 수 없다. ‘제1부 1’에 나오는 중국 아가씨는 나무한테 물고기한테 바람한테 별한테 흙한테 말을 건다. 말을 걸고 가만히 기다리기에 말을 들을 수 있다. 마음으로 이야기하기에 눈꽃 같은 말을 쏟아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시인이면서 셰익스피어라고 느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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