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내가 사는 집에 여러 벌레가 같이 산다. 야릇한 일이다. 1995년부터 여러 벌레하고 만난다. 다른 곳도 아닌 서울에서 여러 벌레를 만난다니 재미있다. 1995년부터 일하던 신문사지국에선 늘 곱등이가 밤마다 튀어나와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처음엔 바퀴벌레인 줄 알고 놀랐으나, 곱등이는 곧잘 노래하더라. 귀뚜라미하고는 살짝 다른 노래가 재미있다. 오늘 사는 이 종로구 구석진 평동 한켠 나무집에도 곱등이가 살고 귀뚜라미도 더러 노래한다. 이렇게 비가 쏟아붓는 날, 비를 어디서 잘 긋는지 여러 벌레 노랫소리가 퍼진다. 그야말로 신나게 울어댄다. 서울에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듣기는 어렵다지만, 이 집에 있으면 밤이면 밤마다 귀뚜라미를 비롯한 여러 가지 소리를 듣는다. 때로는 바퀴벌레가 사각사각 무언가 긁어대는 소리, 가끔 쥐가 천장과 나무벽 사이를 지나다니며 내는 소리, 개미가 기어다니는 소리, 거미가 슥슥 거미줄을 치는 소리, 모기가 앵앵대는 소리, 때때로 족제비가 열린 창문으로 들어와서 흘깃흘깃 구경하다가 사라지는 소리, 참 재미나다. 너희가 같이 살아 주니 나는 이 집에서 혼자 산다는 느낌이 하나도 안 든다. 2001.7.15.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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