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

“빨리 나아”나 “얼른 나으셔요” 같은 말이 그리 달갑지 않더라. 다치거나 아플 적에는 그만 한 뜻이나 까닭이 있을 테니, 왜 다치거나 아픈가를 찬찬히 헤아려서 삭이지 않고서 뚝딱 나으면 다음에 또다시 다치거나 아픈 일이 찾아들지 않을까? 다치거나 아플 적마다 몸을 고요히 돌아본다. 느긋이 쉴 수 있다면 느긋이 쉬면서 몸을 바라보고, 다치거나 아파도 바삐 움직여야 할 일이 있다면 이렇게 움직이면서 몸을 기운내어 들여다본다. 다쳤기에 다친 데가 아문다. 아프기에 아픈 데가 사라진다. 어떻게 아무는가를 지켜보고, 어떻게 낫는가를 헤아린다. 약을 쓴다면 더 빠르게 덜 아프면서 낫기도 할 테지만, 우리 몸은 스스로 아물거나 낫기 마련이다. 오래 걸리더라도 다치거나 아픈 곳을 틀림없이 몸 스스로 바꾸어 낸다. 구태여 더디 아물거나 나아야 하지는 않듯이, 굳이 빨리 아물거나 나아야 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눈부시게 튼튼할 수 있는 빠르기를 알아야겠구나 싶고, 기운차게 일어설 수 있는 결을 익혀야겠구나 싶다. 2019.3.20.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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