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 2
일본사람은 일본이라는 터전에 없는 말을 배우며 받아들일 적에 새로운 말을 숱하게 지었다. 오늘 우리가 흔히 쓴다는 ‘일본 한자말’이란 ‘새물결이 일어나서 퍼질 적에 일본사람 스스로 온슬기를 모아서 새로 지은 낱말’이다. ‘중국 한자말’이란 무엇인가? 중국사람 스스로 오랫동안 삶을 짓고 삶터를 가꾸면서 스스로 온사랑으로 빚은 낱말이다. 그렇다면 ‘한국 한자말’은? 한국 한자말이란, 한국에서 중국을 섬기고 일본에 빌붙으면서 쇠밥그릇을 단단히 지키려고 하던 한줌밖에 안 되는 끄나풀이 숱한 사람들을 짓밟거나 괴롭히면서 으르렁거리던 말이다. 일본은 슬기를 모아서 저희 말을 지었고, 중국은 살림을 가꾸어 저희 말을 지었는데, 한국은 오직 독재부역 권력자들 노닥거리 때문에 태어난 한자말이다. 나는 한자말이 나쁘다고 여기지 않는다. 일본하고 중국은 두 나라가 저희 나름대로 땀을 바쳐서 알뜰히 지은 한자말을 쓰는데, 한국은 이도 저도 아닌 바보짓으로 그냥 끌어들여서 쓰는 한자말이니, 얼마나 멍청하거나 어리석은가. 일본사람이 온슬기롤 모아서 지었다는 ‘사회’라는 낱말을 여태까지 그냥 썼으나, 늘 한 가지를 생각했다. 일본사람이 온슬기를 모아 ‘사회’라는 낱말을 짓기까지 얼추 100해가 걸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둘레에서는 ‘사회’ 같은 낱말을 어떻게 한국말로 담아낼 만한가를 아예 생각하지 않거나, 그럴 수 없다고 여기거나, 뭐하러 그런 짓을 하느냐고 혀를 찼다만, 나는 열아홉 살 적부터 새로운 말을 짓는 길을 생각했고, 이제 실마리를 살며시 얻어 ‘삶터’나 ‘터전’이나 ‘터’ 세 가지로 고쳐서 쓰기로 한다. 때로는 ‘삶터’가 어울리고, 때로는 ‘터전’이 어울리며, 때로는 ‘터’가 어울리더라. 때로는 ‘삶’이라고 할 수 있고. ‘삶터’ 같은 낱말은 내가 아니어도 쓰는 사람이 꽤 많지만, 이 낱말이 바로 ‘사회’를 가리키는 줄 제대로 느끼거나 헤아리는 분은 거의 없지 싶다. 우리는 우리한테 있는 엄청난 말조차 제대로 못 보고 못 가꾸고 못 쓰면서 그냥그냥 하루를 흘려보내기 일쑤이다. 2018.5.16.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