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야- 夜


 넌 야행성이로구나 → 넌 밤에 다니는구나 / 넌 밤에 살아나는구나

 야밤에 어디를 가려고 → 밤에 어디를 가려고 / 한밤에 어디를 가려고

 야시장에 놀러간다 → 밤저자에 놀러간다


  사전에 ‘야(夜)’는 따로 올림말로 없습니다. 없을 만하지요. 한국말 아닌 그냥 한자인걸요. 그런데 ‘밤’이라는 낱말을 놓고서 ‘밤-’처럼 쓸 수 있다는 대목을 못 짚습니다. 밤에 가기에 ‘밤길’이요, 밤에 보기에 ‘밤눈’입니다. 밤에 열어 ‘밤잔치·밤저자·밤모임’이에요. 이밖에 사전에 ‘야밤(夜-)’을 “깊은 밤”으로 풀이하면서 싣는데, 이는 겹말입니다. ‘밤’이라 하면 될 노릇이요, 밤에서도 깊은 때를 가리키려면 ‘한밤’이라 하면 됩니다. ㅅㄴㄹ



도깨비들과 힘을 합해 야밤에 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을

→ 도깨비들과 힘을 모아 한밤에 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을

→ 도깨비들과 힘을 더해 깊은 밤에 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을

《호비트의 모험 1》(J.R.R.톨킨/최윤정 옮김, 창작과비평사, 1988) 164쪽


이놈이 야밤에 다시 담을 넘어 들어와서는

→ 이놈이 밤에 다시 담을 넘어 들어와서는

→ 이놈이 한밤에 다시 담을 넘어 들어와서는

《아무도 외롭지 않게》(김지연, 웃는돌고래, 2018) 37쪽


이런 야밤에 그것도 혼자서

→ 이런 밤에 게다가 혼자서

→ 이런 한밤에 더구나 혼자서

《란과 잿빛의 세계 1》(이리에 아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8) 71쪽


여름축제에 야시장이 섰습니다

→ 여름잔치에 밤저자가 섰습니다

《경계의 린네 30》(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9) 9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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