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3.9.


《세상에 둘도 없는 반짝이 신발》

 제인 고드윈 글·안나 워커 그림/신수진 옮김, 모래알, 2018.9.14.



열 살 즈음까지 반짝반짝하는 신을 좋아하던 큰아이는 이제 새까만 신을 좋아한다. 그림을 그릴 적에는 언제나 눈부시지만, 차림새는 차분한 빛으로 간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손수 짓는 살림이 아니라면, 참답게 눈부신 빛깔은 퍽 드물다. 가게에서 다루는 옷이나 신은 ‘가시내 = 배롱꽃빛’으로 ‘사내 = 파랑’으로 물결친다. 왜 빛깔을 그리 나누는데? 가시내가 파랑을 좋아하고 사내가 배롱꽃빛을 좋아하면 얼마나 멋질까. 그림책 《세상에 둘도 없는 반짝이 신발》을 읽으면서 큰아이를 떠올린다. 아이는 스스로 좋아하는 신을 마르고 닳도록 꿴다. 빨래를 해서 말리는 동안에만 못 신고, 언제나 한 가지 신에 꽂힌다. 그러나 아이뿐이랴. 어른도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신이나 옷을 가장 자주 걸치지. 누구나 매한가지일 테고. 가장 좋아하니 가장 곁에 두고 싶다. 가장 좋아하니 가장 자주 쓰는 말씨가 된다. 가장 좋아하니 가장 오래 머무르는 터가 되고, 가장 좋아하기에 늘 바라보면서 마음을 상냥하게 가꾸는 길을 걷는다. 온누리에 둘도 없는 반짝이 신은, 온누리에 둘도 없이 반짝이는 동무하고 이어진다. 온누리에 둘도 없이 반짝이는 동무는, 온누리에 둘도 없이 반짝이는 이야기로, 놀이로, 눈빛으로, 숨결로 하나하나 이어간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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