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행 회화 - 어느 여행자의 북한어 공부
김준연 지음, 채유담 그림, 허서진 감수 / 온다프레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인문책시렁 68


《북한 여행 회화》

 김준연 글

 채유담 그림

 온다프레스

 2019.1.3.



대중매체를 통해서가 아니라면 북한사람들의 억양을 들을 기회가 좀처럼 없는 우리는, 우리가 국어를 발음하고 구사하는 방식이 무척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떠한가. (10쪽)


남북의 교류와 통일까지를 염두에 둔다면 적응은 상호적인 것이 되어야 마땅하다. 통일이 되기 전이더라도 북한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북한이탈주민을 타자로 바라보며 남한의 문화만을 세련되고도 정제된 것이라 여기는 남한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71쪽)


북한이 자국의 경공업 제품을 개선하고자 국산화 전략을 추진한 결과다. 우리가 북한의 핵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북한은 이 정도로 변화해 왔다. 그러므로 이제는 북한에서도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은어들이 탄생할 것이다. (130쪽)



  남녘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북녘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어떤 말씨인가를 잘 모릅니다. 텃마을이 북녘인 분이 곁에 있다면 북녘 말씨를 곧잘 들을 테지만, 영화나 방송에서는 퍽 오랫동안 북녘 말씨나 강원 말씨를 우스개로 삼기 일쑤였습니다. 거꾸로 북녘사람은 남녘 말씨를 얼마나 알까요? 북녘에서는 남녘 연속극이나 영화를 제법 몰래 본다고 하는데, 남녘에서 흐르는 방송이나 영화만으로 남녘 말씨를 ‘안다’고 해도 될까요?


  북녘하고 남녘은 말씨가 다르기 마련입니다. 남녘에서도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 이렇게 고장마다 말씨가 달라요. 의무교육하고 방송하고 신문이 오랫동안 퍼지면서 고장말이 많이 누그러졌습니다만, 남녘에서도 어디나 말씨가 다릅니다. 그러나 다 다른 고장말을 다 다르게 마주하면서 다 다른 살림새를 익히는 물결은 그리 일어나지 않습니다.


  《북한 여행 회화》(김준연·채유담, 온다프레스, 2019)는 북녘 말씨를 새삼스레 들여다보도록 돕는 이야기책입니다. 다만 이 책은 글쓴이가 북녘을 다녀온 일이 없이 머리로 이야기를 짰다고 해요. 북녘에서 흔히 쓰는 말씨를 갈무리한 다음, 이 말씨로 말을 주고받는 얼거리를 보여줍니다. 이러고서 글쓴이 생각을 죽 펼치지요.


  북녘으로 나들이를 가거나 일을 보러 가는 분이 꽤 늘었지만, 북녘 살림새를 제대로 지켜보거나 느끼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북녘사람도 매한가지입니다. 남녘에서 북녘으로 마실을 가는 길이 꽁꽁 잠겼듯, 북녘에서 남녘으로 마실을 오는 길도 꽝꽝 잠겨요.


  말은 위에서 밑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말은 삶자리에서 흐릅니다. 나라에서 틀을 세우기에 쓰는 말이 아닙니다. 사람들 스스로 보금자리를 일구어 마을을 이루니 비로소 태어나는 말입니다. 새로운 물결이 일면 사람들 스스로 새물결에 맞추어 새말을 빚습니다. 남·북녘이 모두 같지요. 이런 흐름으로 보자면 《북한 여행 회화》는 재미난 곁책이 될 수 있지만, 북녘말을 들여다보는 칸보다, 글쓴이 생각을 늘어놓는 칸이 너무 길어 아쉽습니다. 글쓴이 생각은 머리말로도 넉넉해요. 더욱이 쿠바나 다른 나라 이야기를 군더더기처럼 자꾸 곁들인 대목도 이 책을 펴내는 뜻하고 사뭇 동떨어졌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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