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3.5.


《이상한 크레파스》

 로버트 먼치 글·엘렌느 데스퓨토/박무영 옮김, 풀빛, 2002.3.20.



아이들이 무슨 무슨 꽃이 뒤꼍에 피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진작 본 꽃이지만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알려주는 말에, “그래, 그렇구나. 어디에 피었니?” 하고 넌지시 대꾸한다. 아이들이 꽃 보러 가자고 이끄는 길에 “여기에도 곧 꽃이 피겠네?” 하고 말하니 못 알아듣는다. 아하, 그렇구나. 아이들은 잎이나 줄기나 뿌리가 아닌 꽃송이만 보면서 꽃인 줄 아네. 그래서 아이들한테 말한다. “자, 보렴. 꽃이 필 적에만 그 꽃이나 풀이나 나무이지 않아. 우리 집 모과나무나 매화나무가 꽃이 없더라도 모과나무나 매화나무이잖니. 꽃이 아닌 잎만 보고도 그 이름을 알아본다면 이 아이들이 너희를 훨씬 반긴단다.” 《이상한 크레파스》를 두 아이가 재미나게 읽는다. 이뿐 아니라 “아버지한테 읽어 줄게요.” 하면서 읽어 준다. 글밥이 꽤 많으나 아홉 살 작은아이가 씩씩하게 잘 읽네. 이 그림책은 글밥을 손질하지 않았다고 새삼스레 느끼는데, 이보다 다른 대목을 느낀다. 예닐곱 해 앞서는 이 그림책을 읽으며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아이한테 너무 마음을 안 쓰는구나 하고 느꼈다. 틀림없다. 이제는 좀 다르게 느낀다. 아이는 그저 아이인 터라, 어버이가 어떻게 나서건 스스로 가장 기쁜 길을 걷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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