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3.1.


《군청학사 1》

 이리에 아키 글·그림/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9.30.



뒤꼍 나무 한 그루가 여섯 해 만에 꽃을 피운 듯하다. 지난해까지 가냥픈 가지로 조금씩 하늘로 뻗었다면, 올봄에 비로소 꽃잎을 보여준다. 이제까지 뿌리를 뻗는 나날이었고, 올해부터 새모습을 보여주려나 싶다. 꽃은 큰아이가 먼저 알아보았다. 꽃순이가 다르긴 다르네. 《군청학사》 첫걸음을 읽고 두걸음을 읽었다. 그린이로서는 처음 제대로 자리를 얻어 이녁 마음을 만화로 실컷 담은 꾸러미라고 한다. 이 만화에 이어 《란과 잿빛의 세계》나 《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를 그릴 수 있었구나 싶은데, 《군청학사》는 여러모로 어수선하다. 실컷 마음을 그리기는 하되 스스로 종잡지 못한다. 그래도 생각하는 날개가 무럭무럭 자라니 다음 만화를 그릴 수 있고, 또 그 다음 만화를 그릴 수 있지 싶다.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될 노릇이지. 다만, 마무리가 벅차다 싶으면 좀 쉬어도 좋다. 굳이 딱딱 맞추어 마감을 해야 하지는 않다. 이야기 하나를 잇기가 살짝 힘들면 《군청학사》처럼 조각맞추기 같은 만화를 그리면 되고, 이렇게 조각맞추기를 하노라면 어느새 기운이 새로 샘솟을 만하다.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한다 싶던 나무도 여러 해를 기다리면 어느새 꽃망울을 터뜨린다. 나무처럼 살면서 나무처럼 꽃을 터뜨리면 아름답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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