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을 높이는 말이 아닌 ‘탕’

[오락가락 국어사전 34] ‘저자마실’을 알까?



  ‘쇼핑백’이라는 영어라 사전에 올림말로 나옵니다. ‘쇼핑센터·쇼핑몰’ 같은 영어도 사전에 올림말로 나와요. 널리 쓰는 말이라서 사전에 실을 수도 있을 테지만, 사전은 널리 쓰는 말이나 전문말이나 어려운 말을 담는 바구니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말을 말답게 가꾸도록 북돋우는 바구니예요. 한 번 쓰고 버리는 쓰레기가 안 나오기를 바라면서 천으로 바구니를 짜거나 엮는 분이 늘어난 지 꽤 됩니다. 그러면 사전은 언제쯤 ‘천바구니’를 올림말로 다를 수 있을까요? 이러한 흐름을 얼마나 읽을까요? ‘탕’이란 낱말은 한자말일 뿐, ‘국’을 높이는 낱말이 아닙니다. 저자로 마실을 가는 ‘저자마실’을 헤아리면서, 이렇게 새로 나아갈 수 있는 말길을 사전지음이가 눈여겨볼 수 있기를 빕니다.



청천벽력(靑天霹靂) : 맑게 갠 하늘에서 치는 날벼락이라는 뜻으로, 뜻밖에 일어난 큰 변고나 사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청천(靑天) : 푸른 하늘 ≒ 청공(靑空)·청궁(靑穹)·청명(靑冥)

벽력(霹靂) : = 벼락

날벼락 : 1. 느닷없이 치는 벼락 ≒ 생벼락 2. 뜻밖에 당하는 불행이나 재앙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호된 꾸지람이나 나무람

생벼락(生-) : = 날벼락

감벼락 : 뜻밖에 만난 재난



  ‘날벼락’을 가리키는 ‘청천벽력’인 줄 안다면 ‘청천벽력’을 “→ 날벼락. 감벼락”으로 다룰 만합니다. ‘생벼락’은 굳이 안 써도 됩니다. 더 헤아리면 하늘이 푸를 적에는 ‘푸른하늘’이라 하면 되니, ‘청천·청공·청궁·청명’ 같은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어낼 만합니다. ‘벽력’도 털어낼 만하지요.



속도(速度) : 1. 물체가 나아가거나 일이 진행되는 빠르기 2. [물리] 물체의 단위 시간 내에서의 위치 변화 3. [음악] 악곡을 연주하는 빠르기

빠르기 : [음악] 곡의 빠르고 느린 정도



  ‘빠르기’는 노래에서만 쓰는 낱말인 듯 다루는 사전인데, 이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속도’는 “→ 빠르기”로 다루고, ‘빠르기’를 모든 자리에서 두루 쓰도록 뜻풀이를 손보아야겠습니다.



천적(天敵) : [동물] 잡아먹는 동물을 잡아먹히는 동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예를 들면, 쥐에 대한 뱀, 배추흰나비에 대한 배추나비고치벌, 진딧물에 대한 무당벌레 따위이다 ≒ 목숨앗이

목숨앗이 : [동물] = 천적(天敵)

포식자(捕食者) : [동물] 다른 동물을 먹이로 하는 동물



  목숨을 앗는 ‘목숨앗이’란 말이 있으니 ‘천적·포식자’는 “→ 목숨앗이”로 다루고, ‘목숨앗이’ 뜻풀이를 제대로 붙여야겠습니다.



궁벽하다(窮僻-) : 매우 후미지고 으슥하다 ≒ 궁벽지다

후미지다 : 1. 물가나 산길이 휘어서 굽어 들어간 곳이 매우 깊다 2. 아주 구석지고 으슥하다

으슥하다 : 1. 무서움을 느낄 만큼 깊숙하고 후미지다 2. 아주 조용하다



  ‘궁벽하다’ 같은 한자말은 “→ 후미지다. 으슥하다”로 다루면 됩니다. 그런데 ‘으슥하다’를 ‘후미지다’로 풀이하니 얄궂어요. 뜻풀이를 손질해야겠습니다.



어언(於焉) : = 어언간. ‘어느덧’, ‘어느새’로 순화

어언간(於焉間) : 알지 못하는 동안에 어느덧 ≒ 어언(於焉)·어언지

어언지 : x

어느덧 : 어느 사이인지도 모르는 동안에

어느새 : 어느 틈에 벌써



  ‘어언’뿐 아니라 ‘어언간’도 사전에서 털어낼 만하지 싶습니다. ‘어언지’도 매한가지예요. 굳이 이런 낱말을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어느덧·어느새’ 뜻풀이를 살피면 좀 엉성합니다. 찬찬히 손질해야겠습니다.



어눌하다(語訥-) : 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하고 떠듬떠듬하는 면이 있다 ≒ 구눌하다

구눌하다(口訥-) : 말을 자꾸 더듬는 면이 있다

떠듬떠듬하다 : 말을 하거나 글을 읽을 때 자꾸 순조롭게 하지 못하고 막히다. ‘더듬더듬하다’보다 센 느낌을 준다

더듬다 : 4. 말을 하거나 글을 읽을 때 순조롭게 나오지 않고 자꾸 막히다



  ‘어눌하다’나 ‘구눌하다’는 “→ 더듬다. 떠듬떠듬하다”로 다루면 됩니다. 매우 쉬워요. 한국말을 한국말대로 즐겁고 넉넉히 쓰도록 이끌어 주는 사전이 되기를 바랍니다.



좌지우지(左之右之) : 이리저리 제 마음대로 휘두르거나 다룸 ≒ 좌우지

좌지우지하다(左之右之-) : 이리저리 제 마음대로 휘두르거나 다루다. ‘마음대로 하다’로 순화

휘두르다 : 1. 이리저리 마구 내두르다 2. 남을 정신 차릴 수 없도록 얼떨떨하게 만들다 3. 사람이나 일을 제 마음대로 마구 다루다

쥐락펴락하다 : 남을 자기 손아귀에 넣고 마음대로 부리다

주무르다 : 3. 다른 사람이나 일 따위를 제 마음대로 다루거나 놀리다



  사전을 보면 ‘좌지우지하다’는 고쳐쓸 한자말로 다루지만, ‘좌지우지’에는 이런 풀이가 없어요. 아리송합니다. ‘좌지우지’는 “→ 마음대로. 쥐락펴락”으로 다룰 만하고, ‘좌지우지하다’는 “→ 마음대로 하다. 쥐락펴락하다. 주무르다”로 다룰 만해요.



쇼핑백(shopping bag) : 산 물건을 넣는 가방이나 망태기. 종이나 비닐 따위로 만들며 대개 손잡이가 달려 있다

장바구니(場-) : = 시장바구니

시장바구니(市場-) : 장 보러 갈 때 들고 가는 바구니 ≒ 장망태·장망태기·장바구니

천바구니 : x

저자바구니 : x



  어느새 ‘쇼핑백’ 같은 영어가 사전 올림말로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이 영어는 “→ 장바구니. 시장바구니”로 다룰 노릇 아닐까요? 요즈음 천으로 짠 ‘천바구니’를 새로 올릴 만합니다. ‘저자바구니’ 같은 낱말을 새로 다루어도 어울립니다.



탕(湯) : 1. ‘국’의 높임말 2. 제사에 쓰는, 건더기가 많고 국물이 적은 국. 소탕, 어탕, 육탕 따위가 있다 ≒ 탕국

탕국(湯-) : = 탕

국 : 1. 고기, 생선, 채소 따위에 물을 많이 붓고 간을 맞추어 끓인 음식 ≒ 갱탕 2. = 국물

국물 : 1. 국, 찌개 따위의 음식에서 건더기를 제외한 물 ≒ 국

갱탕(羹湯) : = 국



  한자말 ‘탕’은 참말로 ‘국’을 높이는 말일까요? ‘국’을 한자로 옮기니 ‘탕’일 뿐 아닌가요? ‘탕’은 “→ 국. 찌개”로 다룰 노릇입니다. ‘탕국’ 같은 겹말은 사전에서 덜어야지요. ‘갱탕’ 같은 한자말은 군더더기입니다.



투잡 : x

탕 : 1. 무엇을 실어 나르거나 일정한 곳까지 다녀오는 횟수를 세는 단위 2. 어떤 일을 하는 횟수를 나타내는 단위

two job : 투잡(= 투잡스(two jobs))

two jobs : 투잡스. 본업 이외에 부업을 가지는 것. 또는 그런 사람

부업(副業) : 1. 본업 외에 여가를 이용하여 갖는 직업 ≒ 여업(餘業)

곁일 : x



  어떤 일을 할 적에 ‘탕’을 뒤에 넣어서 “한 탕, 두 탕”처럼 써요. 영어 ‘투잡’이란 “두 탕”이지요. ‘부업’이란 어느 모로 보면 “두 탕”일 수 있고, ‘곁일’이 되겠지요. 한국말사전은 우리 삶흐름에 맞추어 새로 쓸 말을 제대로 못 담는데, ‘부업·여업’ 같은 낱말은 “→ 곁일”처럼 다루면서, 새말을 지을 만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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