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2.26.


《맑은―차 한 잔》

 심재원 글, 펄북스, 2016.6.1.



쑥이 올라왔다. 아직 훑을 만하지는 않으나, 우리 집 쑥이 새롭게 오른다. 올해에도 신나게 쑥차를 덖자고 여기면서 기다린다. 보금자리에서 돋는 쑥이며 뽕잎이며 감잎이며 훑어서 덖는 잎물이 가장 맛나더라. 다른 어느 곳에 가서 마시는 잎물보다 ‘우리 집 잎물’이 으뜸이라고 할까? 이웃님한테도 이렇게 말한다. 이웃님 집에서 돋는 풀잎하고 나뭇잎을 사랑하시면서 즐겁게 훑어서 말린 다음에 덖어 보시라고. 장작을 때고 솥에 덖지 못하더라도, 가스렌지를 쓰더라도, 손수 덖는 잎을 우려서 마셔 보시면 마치 하늘나라에 앉은 듯한 마음이 되리라고. 《맑은―차 한 잔》을 천천히 읽는다. 진주 한 고장에서 잎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분들이 잎물을 마시는 이야기보다 이분들이 저마다 삶을 사랑하는 몸짓하고 얽힌 이야기가 재미나다. 가만 보면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기에 잎물을 즐길 수 있다. 스스로 기쁘게 하루를 열면서 살림을 짓기에 잎물에 너른 마음을 담아서 누릴 수 있다. 값지거나 값비싸다는 무슨무슨 차를 사서 마시지 않아도 좋다. 우리 손길이 깃들기에 비로소 맛이 우러나고, 멋이 피어나며, 사랑이 샘솟는다. 봄볕은 온누리 골골샅샅 곱게 어루만져 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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